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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은 왜 나훈아보다 남진인 거죠? [연예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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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올 겨울 박스오피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윤제균 감독의 신작 '국제시장'에는 왕년의 인기가수 두 명이 등장한다. 직접 출연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영화 스토리 속 등장이다. 연고전, 고연전마냥 누구 이름 먼저 쓰기가 항상 어려운 라이벌,이 바로 남진과 나훈아, 나훈아와 남진이다. 20대 이하라면 두 가수의 이름이 생소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세기 후반 남진과 나훈아는 한국 가요계에서 원조 아이돌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었다. 두 가수는 지금의 엑소를 능가하면 능가했지, 못하지 않은 열성 팬덤을 보유했다. 나훈아가 굵은 허스키로 "돌~담길 돌아서면..."하면 꺅, 남진이 엉덩이 흔들며 "저 푸른 저 하뉘에.."해도 꺅, 여기저기 꺅꺅대던 시절이다.

형광봉도 없고 화려한 조명도 없었지만 1970년대의 소녀, 아가씨 팬들은 수 십년 풍상을 겪고 중장년이 된 지금까지도 팬심을 잃지 않고 있다. 한번 나훈아 팬과 한번 남진 팬은 아직까지 그대로다. 병립할 수 없는 두 가수가 바로 호남의 남진, 영남의 나훈아였다.

'국제시장'은 제목 그대로 부산이 영화의 주 무대다. 흥남 철수 때 부산에 자리잡은 이북 피난민 이산가족의 눈물 나고 행복 돋는 60여년 세월을 오롯이 스크린에 옮긴 영화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마냥 이 영화의 표준어도 부산 사투리다. 이북 사투리와 김윤진의 서울말이 곁가지다.

그런 와중에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가 월남전 당시 기술자로 나갔던 회상신에서 친근한 사투리가 작렬한다. 덕수를 구하는 파월 해병대원 분대장 남진(유노윤호 분)이 "싸게 싸게 타시랑께~"를 외치면서다. 주인공 덕수가 평생 남진 팬으로 살아가며 부산 국제시장 한복판, 나훈아 팬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가수는 남지이 최고여"를 외치는 배경이 여기서 드러난다.

윤제균 감독은 월남전에 연예사병 아닌 해병대원으로 파병돼 실제 전투에 참여했던 남진의 실제 일화를 영화 '국제시장'에 살렸다. 살벌한 전쟁터에서 생사를 오가는 덕수의 그림자를 가슴 조리면 쫓던 관객들의 마음이 어느 순간 푸근해지는 장면들이다.

영화 '국제시장'은 이렇듯 6.25동란 전후를 살아간 우리 시대 모든 아버지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국제시장이 제목이라고 해서 부산 사람들의 얘기만을 담은 게 아니라 국제시장 안에서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한국민 모두를, 국제시장 이름답게 21세기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 노동자들까지 끌어안은 수작이다.

영화를 보다가 세 번 울고 다섯 번 배꼽을 잡았다. 메마른 50대 남자의 눈물샘에 이렇듯 펑펑 넘치는 수분이 남아있었던 사실을 '국제시장'을 보면서 알았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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