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리포트] ‘3점슛왕’ 커리는 NBA의 아이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2.20 06: 59

요즘 NBA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타는 누굴까. 잘생긴 외모와 국가대표급 실력을 두루 갖춘 스테판 커리(26,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첫 손에 꼽힐 것이다. 과연 커리는 얼마나 인기가 있는 것일까. 오클랜드로 날아가 진상을 파악해봤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19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 오라클 아레나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이하 OKC)를 114-109로 제압했다. 골든스테이트의 17연승 도전은 지난 17일 멤피스 그리즐리스에 98-105로 패하며 좌절됐다. 골든스테이트는 OKC를 잡고 연패를 당하지 않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커리는 34점을 폭발시키며 러셀 웨스트브룩(33점, 8어시스트)과 케빈 듀런트(30점)의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갔다.
기자는 지난 10일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 골든스테이트가 휴스턴 로키츠를 상대로 14연승을 거둔 현장을 지켜봤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피어 39’에서 구경을 하다가 경기시작 3시간을 남겨두고 차를 몰고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오클랜드로 가려면 베이 브릿지를 통과해야 한다. 경기시작 세 시간 전부터 샌프란시스코 시내는 극심한 교통지옥을 겪었다. 평소 30분이면 갈 거리에 한 시간 30분이 소요됐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해 30달러를 내고 주차를 했다. 시간과 돈을 아끼려면 바트(지하철)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미국에서도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지역이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여기가 커리의 구장이구나’라는 것을 실감했다. 팬들 중 10에 4~5명은 커리의 저지를 입고 있었다. 특히 중국인 커플은 나란히 커리의 저지를 맞춰 입고 관람을 했다. 기자는 ‘솔로는 세계 어디를 가도 외롭구나’라는 진리를 절감했다.
궁금해서 팀 스토어를 방문해봤다. 커리의 유니폼부터 양말, 인형, 배지까지 속된 말로 없는 것이 없었다. 상품의 질도 훌륭해서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한자리에서 100달러 정도 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특히 커리의 저지는 너도 나도 사려는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결국 기자도 쇼핑욕구를 참지 못하고 커리의 인형과 치어리더 달력을 사들고 미디어라운지로 향했다.
NBA는 철저한 타임테이블에 의해 경기를 진행한다. 취재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경기시작 전까지 플로어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거기서 선수들 훈련을 지켜볼 수 있다. 단 사전인터뷰는 경기시작 90분 전부터 30분 동안 라커룸에서만 해야 된다. 팬들도 경기시작 전에는 자유롭게 코트사이드까지 내려와서 선수들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물론 경기가 시작되면 철저히 자신이 속한 구역으로 가야된다.
갑자기 경기장에 ‘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알고 보니 커리가 코트에 등장한 것이었다. 팬들은 커리가 공을 잡고 슛을 던질 때마다 소리를 질렀다. 특히 소녀팬들이 많아 마치 저스틴 비버가 등장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커리는 이에 아랑곳 않고 성실하게 슛 연습을 마쳤다. 
커리의 경기력은 더욱 놀라웠다. 1쿼터 중반 커리의 바운드 패스가 해리슨 반스의 덩크슛으로 연결되자 장내가 떠나갈 듯 했다. 커리는 투맨게임을 기본으로 내외곽에서 자유자재로 득점을 올렸다. 커리가 당연히 슛을 쏠 것을 알아도 캐치에서 슈팅까지 이뤄지는 동작이 매끄럽고 빨라 수비수가 당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농구에서 투맨게임만 잘해도 얼마나 다양한 공격이 가능한지 커리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커리는 마치 와인드업을 생략한 투수처럼 빠른 타이밍으로 던지는 슛도 자유자재였다. 그는 날카로운 3점슛만큼 돌파도 부드러웠다. 자세가 낮은 드리블은 기본기의 정석이었다. 여기에 화려한 개인기와 운동능력까지 더해졌다. 커리의 득점력이 워낙 출중하기 때문에 수비수들이 항상 도움수비를 의식했다. 이 때 커리는 노마크의 동료들에게 정확한 패스를 내줬다.
3쿼터까지 11점으로 부진했던 커리는 4쿼터 가장 중요한 순간에 9점을 몰아쳐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커리는 3연속 돌파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경기종료 55.5초전에는 12점 차로 달아나는 쐐기 3점포를 꽂았다. 커리는 20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 3점슛 3방으로 본인의 평균 몫은 충분히 해줬다.
이제 리그 6년차인 커리는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연차와 선후배를 따지는 한국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선배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NBA는 무조건 실력이 최우선이다. 가장 잘하는 선수의 목소리가 가장 영향력이 크다. 출전시간이 적은 노장이 군기를 잡는다던가 하는 문화는 상상하기 어렵다.
라커룸에서 본 커리는 대단한 보컬리더였다. 드레이먼드 그린, 해리슨 반스 등 어린 선수들은 물론 브랜든 러쉬 등 베테랑들도 커리의 말에 절대적으로 따랐다. 커리가 어린 나이에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실력이 받쳐주기 때문이었다. 커리는 자신의 인터뷰 도중에 반스, 그린, 클레이 탐슨 등 후배들을 데리고 와 언론의 주목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팀 전체를 생각하는 리더다운 행동이었다.
커리는 마치 아이돌 그룹의 리더 같았다. 재미와 성적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골든스테이트의 경기는 한편의 뮤지컬 쇼였다. 요즘 오라클 아레나에 관중들이 꽉꽉 찰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jasonseo34@osen.co.kr
오클랜드(미국)=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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