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한국 드라마에 던진 화두 3가지 [Oh!쎈 초점]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2.21 09: 42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이 끝났다. 이제 많은 직장인들은 어디에서 위로를 받을까.
21일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일 방송된 '미생' 최종회는 시청률 8.24%를 기록해 전회 7.24%보다 1%포인트 상승하며 종영했다. 이는 자체최고시청률(7.95%)을 갈아치운 기록. 또한 역대 케이블 최고시청률인 '응답하라 1994'의 10.431%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이다.
이 같은 성공적인 '미생'은 '응답하라' 시리즈와는 또 다르게 케이블 드라마로서 한국 드라마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 전문직드라마 비웃은 회사 드라마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생'은 프로 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미생'은 매번 야심차게 시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갈팡질팡하는 전문직 드라마를 비웃었다. '상사맨'이라는 프로페셔널한 회사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겉만 핥는 전문직 드라마와는 차별되게 진짜 '일'의 세계를 밀착해 그린 것이다.
가장 '죄악'이면서도 '필요악'으로 치부받는 러브라인을 부각시키지 않으며 어느 정도 초심을 지켜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러브라인 구성이 없어 '미생'이 지상파에서 외면받았다는 사실은 유명하. 물론 이 러브라인을 오차장(이성민)-장그래(임시완)를 필두로 한 '브로맨스'가 대체했다.
또 한국 드라마는 후반부에 촬영 시스템이 생방송 급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B팀'을 꾸려 동시 촬영을 진행되는데, '미생'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에도 어느 정도 일관된 톤과 완성도를 지켜낼 수 있었다.
-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 적극 기용
정윤정 작가는 CJ E&M 측이 '미생' 방송을 보통 드라마와 달리 70분 편성한 것에 대해 크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며 "'미생'은 주연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도 다뤄야 하는 플롯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 담을 수 없었다. 60분은 턱도 없었다. 그런데 CJ E&M 측에서 여러 캐릭터를 골고루 다룰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주인공 외에 주변 캐릭터도 잊지 않는 그런 작품을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조연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생'은 배우 기용은 여타 드라마들과는 좀 달랐다. 무게 잡는 주인공들을 이완시키는 이른바 '믿고 보는 감초 조연'이 없었다. 대신 역시 주인공만큼 무게 있는 조연들이 대거 등장해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거대 기획사 신인들이 아닌, 연극에서 오래 활동한 배우들, 잘 알려지지 않은 기성 배우들의 적극 기용함으로써 구멍 없는 연기력의 배우진을 완성했다. 주인공 이성민, 임시완을 비롯해 장백기(강하늘), 한석율(변요한), 김대리(김대명), 강대리(오민석), 하대리(전석호), 성대리(태인호), 박과장(김희원), 박대리(최귀화) 등은 앞으로의 다른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드라마의 진짜 수혜자들이라고 할 만 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회는 아쉬움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회는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장그래가 오차장이 퇴사 후 새로 차린 회사에 입사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마지막회는 기존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신들이 조금씩 더 극적이였다. 이로 인해 장그래와 오차장, 그리고 김대리, 이 영업 3팀 식구들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함께 얼싸안는 장면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반응도 있다. '미생'의 감동을 그것 하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장그래가 정직원 전환 가능성을 앞두고 동료, 선배 등 원인터내셔널 사원들이 그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 성대리의 불륜으로 등장한 배우 오정세 에피소드 등은 감동적이고 재미있었으나 작위적이였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마지막 요르단은 신은 제작진의 무리수였다는 반응. 갑자기 모험 어드벤처 영화 '인디아나 존스'나 리암 니슨의 액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더욱이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은 2:8 가르마의 장그래 추격전은 '장그래의 꿈'이라고 해도 이상할 법 하지 않은 이미지였다.
어느 순간 바둑도 없어졌다. '미생'의 백미는 바둑과 인생의 접합에 있었다. 회사 생활을 바둑 공부할 때처럼 꼼꼼히 정리 기록하던 장그래 대신, 액션의 달인 이른바 '요그래'가 결말을 대체했다.
이렇듯 자기 성찰의 고요함 대신 화려한 액션이 대미를 장식하게 된 것은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미생'은 여러 말과 과장된 제스처가 필요없는 드라마였다. 강대리의 "내일 봅시다"같은 대사 하나면 충분했던 드라마였다.
그래도 마지막 편 하나로 드라마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적어도 케이블 드라마를 한층 더 완생으로 나아가게 해 준 작품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바둑을 하다가 대기업 계약직 사원이 되고, 다시 한층 더 프로페셔널해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장그래의 달라진 인생처럼, 드라마 역시 기존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결말을 제시했다는 것에 나름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다. 판타지 같은 마지막 요르단 신은 '나와 너무 비슷해' 드라마를 보며 아프기도 하고 그 만큼 힐링을 받던 이들에게 다른 형태의 희망일 수도 있다.
nyc@osen.co.kr
'미생' 캡처,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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