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 두산 불펜, 장원준이 살릴까?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2.22 06: 04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최대 고민은 불펜이다. 올해도 부족함이 크게 없었던 공격력은 좋은 외국인 선수만 뽑으면 별 문제가 없다. 마운드 역시 선발진은 장원준(29)이 가세해 강화됐다.
그러나 불펜이 문제다. 이용찬이 상무에 입대하게 되면서 마무리가 사라졌고, 셋업맨 정재훈도 장원준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로 지명돼 팀을 떠났다. 8, 9회를 책임질 선수를 모두 잃은 것이다. 불펜의 강속구 투수인 홍상삼까지 군 복무를 위해 경찰청으로 갔다. 어떤 선수에게 8, 9회를 맡겨야 할지도 아직은 확실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보강된 선발진이 불펜의 부담을 덜어줘야만 한다. 장원준의 책임도 막중하다.
장원준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4.59로 한 눈에 봐도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리그 평균보다 0.62가 낮다면 주목할 필요가 있다. 7이닝을 던진다면 리그 평균의 투수보다 0.482점을 덜 주는 셈이고, 2경기 연속 7이닝을 소화하게 되면 다른 투수보다 1점 가까이 덜 내준다. 이 1점의 차이가 승부를 갈라 패배가 승리로 바뀌는 것이 야구고, 장기 레이스도 결국 이러한 1점들이 모여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

다음 시즌은 올해보다 16경기나 늘어나고, 각 팀이 돌아가면서 4일씩 쉬는 것도 없어졌다. 숨 돌릴 틈도 없이 144경기를 치르게 되면서 4일 휴식 전후로 1~3선발 위주의 레이스를 펼치던 편법도 구사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4, 5선발이 강한 팀이 유리해졌고, 두산은 수혜자다. 두 자릿수 승리를 기대케 하는 선수가 4선발을 맡기 때문이다.
올해 팀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던 유희관은 “나는 이제 4선발이라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 올해는 에이스급 투수들과 많이 만났는데, 정말 4선발이 된다면 오히려 어려운 일은 줄어들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두산은 이제 장원준이나 유희관, 외국인 선수 중 하나가 4선발로 나설 정도로 선발진이 강한 팀이 됐다.
이닝이터인 장원준의 가치는 불펜이 약한 두산에서 극대화된다. 9이닝 중 선발이 최대한 긴 이닝을 끌고 가면 불펜의 비중을 줄일 수 있다. 그러면 불펜에서 가장 좋은 선수 1~2명만 쓰고 경기를 끝내는 것도 가능해진다. 장원준은 6, 7회에 나올 선수 1명 정도를 아낄 수 있게 해준다.
장원준은 올해 크게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27경기에서 155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5.74이닝으로 6이닝에 가깝다. 또한 2006년부터 올해까지 경찰청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1134이닝을 던졌다. 연 평균 162이닝이며, 부상만 없다면 경기 수가 늘어날 2015년에는 이 수치 이상도 가능하다.
4, 5선발 비중이 커지고 각 팀마다 6선발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선발진 강화는 각 팀이 오프시즌에 꼭 해야 할 일이었다. 미지수였던 크리스 볼스테드에 비해 합격점을 받은 유네스키 마야와 재계약하면서 두산은 외국인 선수 한 자리도 올해에 비해 탄탄해졌다. 더스틴 니퍼트와의 재계약만 성사된다면 최선이다.
불펜의 전력 이탈을 새로운 불펜투수 보강으로만 메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펜이 약하다면 최대한 안 나오게 하면 된다. 장원준은 선발은 물론 불펜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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