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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으로’ 눈과 귀는 호강 vs 드라마는 호갱[Oh!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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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거대 자본과 시스템을 겸비한 할리우드가 간혹 감탄스럽고 부러울 때가 있다. 바로 ‘숲속으로’ 같은 대형 뮤지컬 영화를 볼 때면 더욱 그렇다.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디즈니가 처음 의기투합해 만든 ‘숲속으로’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모범정답 같은 영화다.

 초연된 지 27년 만에 스크린으로 옮겨진 ‘숲속으로’는 메릴 스트립과 조니 뎁, 에밀리 블런트 등 할리우드와 뉴욕 브로드웨이를 오가는 정상급 배우들의 조합으로 일단 시선을 모은다. 여기에 토니 어워즈에 빛나는 13곡의 음악도 품격을 높여준다. 덕분에 눈과 귀는 모처럼 호사를 누리지만, 신데렐라와 라푼젤, 잭과 콩나무 등 미국 동화를 짜깁기 한 빈약한 드라마에 얼마나 공감할지는 다소 의문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이를 원하는 빵집 주인 베이커 부부가 마녀로부터 임신 저주를 풀 세 가지 물건을 3일 안에 구해오라는 미션을 받고 위험이 도사린 숲속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신비롭고 위험한 사건을 잇달아 만나게 된 부부는 각양각색 사연으로 숲을 찾은 다른 이들과 함께 잭을 잡으려는 거인에 맞서 협력하게 된다.

‘맘마미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유명한 메릴 스트립은 자신의 저주를 풀기 위해 임신을 원하는 베이커 부인을 이용하는 이기적인 마녀로 출연해 탁월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뿜어낸다. 조니 뎁은 빨간 망토 소녀를 유혹하는 늑대 캐릭터로 분해 ‘캐리비언 해적: 낯선 조류’에 이어 롭 마샬 감독과 랑데부했다.

크리스 파인은 유부녀도 가리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어떤 여자도 유혹할 수 있다고 믿는 도끼병 왕자 캐릭터를 유머러스하게 소화해 웃음을 준다. 여기에 ‘비긴 어게인’에서 실연당한 키이라 나이틀리를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뮤지션 친구 스티브로 나온 제임스 코든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베이커 역에 기용돼 반갑다.

제작진은 뮤지컬의 표현 기법을 최대한 영화에 맞춰 재구성했다고 하지만 의욕에 그칠 뿐 그다지 매력적으로 전달되진 않는다. 가령 뮤지컬에선 신데렐라가 구두를 계단에 떨어뜨린 뒤 뛰어 내려오며 노래하는데 비해 영화에선 주변의 모든 사물과 캐릭터의 동작을 멈추게 한 뒤 신데렐라의 갈등을 노래에 담았다는데 과연 둘 사이에 어떤 몰입감의 차이가 있는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감독은 또 뮤지컬의 커튼콜을 차용해 영화 속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짧은 정지화면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뮤지컬의 느낌을 전하려 했다지만 이 역시 무대의 감동이 입체적으로 구현되진 않았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익숙한 동화의 해피엔딩 이후 상상력을 동원했다고 하는데 다소 억지스럽고 짜깁기한 수준에 그쳤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다만 탐욕과 야망, 상실, 조건 없는 사랑과 가족애를 버무린 감독의 메시지는 비교적 쉽게 감지된다. 특히 거인과의 힘겨운 싸움 후 아름답고 독특한 새로운 가정이 탄생하는 마지막 장면은 감독이 왜 이 영화를 9.11 세대를 위한 동화로 정의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영화 배경이 되는 숲은 끊임없이 공포와 맞서고 꿈을 찾아가는 인생 여정으로 상징되는데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세트나 CG가 아닌 영국의 한 공원에서 실사로 촬영됐다. ‘애니’ ‘시카고’ ‘게이샤의 추억’ ‘나인’을 연출한 롭 마샬의 6번째 영화다. 전체관람가로 24일 개봉.
bskim0129@gmail.com
<사진> '숲속으로'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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