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흥행배우는 무슨, 그냥 연기자죠"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2.22 09: 56

"20대부터 70대 노인을 연기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회였죠. 제게 이런 기회가 오다니요. 안 할 이유가 없었죠."
배우 황정민이 연기 인생에 있어 쉽게 만나지 못할 캐릭터로 변신했다. 영화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의 차기작이자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국민 아버지 덕수의 일대기를 그려낸 작품인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그는 한국 근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직접 체험하고 보여주면서 관객을 웃고 울린다.
캐릭터 자체는 평범한 아버지일 수 있지만, 그 연대기가 남다르다. 꽃다운 20대부터 시간이 겹겹이 쌓인 70대 노인을 연기하는 것. 황정민은 이 캐릭터를 제의 받았을 때 두렵거나 부담스럽기 보다는 너무나 설렜다고 한다.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무엇보다 다양한 세대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심장이 뛰었단다.

이미 그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통해 노인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그렇기에 그는 관객이 바라는 노인 연기에 대해 정확히 꿰뚫고 있기도 했다.
"분장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보는 사람도 그냥 '저 사람이 노인분장을 했구나' 정도지, 그 디테일한 것을 세세히 보고 평가하지 않죠. 그 대신 배우의 연기를 봐요. 얼마나 노인 같은지는 분장의 디테일보다는 연기의 디테일에 있죠. 손 떨림, 굽은 등, 말투, 습관, 걸음 걸이 등이 노인다워야 해요. 공원 같은 곳에서 노인들을 관찰하며 연구했죠. 그리고 정말 해 보고 싶었기에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고요."
그의 배우로서 지닌 모토는 '배우 안에 역할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 역할 안에 배우가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그가 장르 불문, 직업 불문, 나이 불문의 캐릭터 연기를 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더불어 황정민의 지치지 않은 연기 열정은 보는 이를 감탄케 하기도 한다. '국제시장'에 이어 내년에 영화 '곡성'(나홍진 감독), '베테랑'(류승완 감독)과 현재 촬영 중인 '히말라야'(이석훈 감독) 외에도 '검사외전'(이일형 감독) 등을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내년 12월 18일부터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오케피'를 올린다. 말그대로 쉼 없는 행보다.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로 데뷔한 이후 영화와 공연, 드라마를 넘나들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특히 공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최근만 보더라도, 2012년 '맨 오브 라만차', 2013년 '어쌔신'을 선보였다.
'오케피'는 황정민의 공연기획사 (주)샘컴퍼니에서 선보이는 뮤지컬인데, 서울 LG아트센터에서의 공연을 위해 스스로 준비를 해 프리젠테이션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유례가 없던 일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러 온 황정민을 마주한 공연 관계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이에 대해 황정민은 "공연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프레젠테이션을) 가장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어요. 벌써부터 공연을 할 생각에 웃음이 나죠"라고 전하기도. 그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 중 거의 유일하게 공연과 영화를 병행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다시 '국제시장' 얘기로 돌아와, '국민 아버지'가 된 그에게 이 영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 물으니 "내가 아버지가 돼 보니 그런 아버지의 '희생'을 이해할 수 있다"라며 이 작품으로 배우 황정민이 아닌 사람 황정민으로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국제시장'은 지난 17일 개봉해 5일만에 155만여명(영진위)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 질주 중이다.  
흥행 배우로서 작품을 잘 선택하는 비결을 알려달라고 하자 "흥행 배우는 무슨, 그냥 연기자다"라는 유머 반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그에게 조심스럽게 '국제시장'이 황정민 영화 인생에 있어 최고 흥행작이 될 거 같냐고 하자 "그러면 500만명을 넘는 건가"라며 웃어보였다. 그의 최고 흥행작은 지난해 468만 관객을 동원한 '신세계'다. 황정민은 천만 수식어가 굳이 필요없는 배우임을 다시한 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nyc@osen.co.kr
'국제시장' 스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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