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실수’ 전준범 웃고 박찬희·유승희 울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2.22 14: 33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결정적인 실수로 승패가 갈린다면 선수의 심정이 어떨까.
최근 프로농구에서 막판 결정적 실수가 나오는 웃지 못 할 장면이 자주 나오고 있다. 이긴 팀 선수는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패한 선수는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갖게 됐다.
지난 17일 SK는 모비스를 상대했다. SK가 이기면 모비스를 3연패에 빠뜨리며 단독 1위에 등극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모비스가 3점을 이기고 있는 순간 마지막 수비가 백미였다. 전준범이 무의식적으로 애런 헤인즈에게 파울을 범해 바스켓카운트를 내준 것. 남은 시간이 없어 전준범은 그냥 2점을 내주면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연장전에 가면 SK가 훨씬 유리했다.

하지만 천하의 헤인즈가 마지막 동점 자유투 기회를 날리면서 모비스 승리가 확정됐다. 흥분한 유재학 감독도 전준범에게 바로 쓴소리를 날렸다. 웃다가 꾸중을 들은 전준범은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양동근은 “만약에 우리 팀이 졌으면 준범이가 큰일 났을 것”이라며 웃었다. 자신의 실수에 열이 받은 헤인즈는 경기 후 자유투 400개를 던지며 마음을 달랬다고.
그래도 전준범은 큰 실수를 범하고 팀이 이겨 다행이다. 자기 때문에 패한 선수도 있다. 지난 20일 여자프로농구(WKBL)에서 용인 삼성은 종료 8.6초를 남기고 인천 신한은행에 71-70으로 앞서고 있었다. 공격권을 가진 삼성은 그대로 시간을 흘려보내면 이길 수 있었다. 신한은행이 알아서 파울을 하러 올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미선은 아웃오브바운드 상황에서 골밑에 있는 노마크의 유승희를 발견했다. 유승희가 슛을 넣으면 사실상 삼성의 승리가 굳어지는 순간. 그런데 유승희는 노마크 골밑슛을 놓쳤고, 공격권은 신한은행으로 넘어갔다. 김단비는 막판 종료휘슬과 동시에 박하나를 제치고 역전 점프슛을 꽂아 넣었다.
유승희는 굳이 슛을 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워낙 좋은 기회라 안 쏘기도 어색한 상황이었다. 패스를 준 이미선도 설마 유승희가 노마크 골밑슛을 놓치리라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삼성은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3년차 어린 선수인 유승희가 상처받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전준범과 유승희는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얼마든지 실수를 할 수 있다. 반면 국가대표 가드 박찬희는 실수가 더욱 뼈아프다. 박찬희는 지난 21일 오리온스전 4쿼터 종료 8초를 남기고 동점 상황에서 다소 성급한 슈팅을 했다. 하지만 슛은 빗나갔다. 박찬희는 재차 상대 공을 가로채 리온 윌리암스에게 연결했다. 그런데 윌리암스의 마지막 슛도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KGC는 연장전에서 99-91로 패했다.
역전패를 막으려면 박찬희가 끝까지 공을 소유하다 종료 휘슬 직전에 슛을 하는 것이 나았다. 상대가 역전할 시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후 이동남 KGC 감독대행은 “명색이 국가대표인데 박찬희가 8초를 남기고 쏜 마지막 슛은 실망스럽다”며 아쉬워했다.
유승희와 박찬희 모두 자신의 슈팅으로 경기를 끝내려는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슛이 들어갔다면 영웅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슛이 들어가지 않아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기에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 선수들이 지난 실수를 계기로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jasonseo34@osen.co.kr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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