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서건창, 간절함이 일궈낸 ‘펭귄 폼’으로 2014년 최고선수의 영예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4.12.26 11: 37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2014년을 명실상부한 최고의 해로 만든 넥센 히어로즈 2루수 서건창(25)을 보노라면, 경이로움을 넘어 차라리 경악스럽다고 해야 마땅하겠다. 흔히 그를 신고 선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들긴 하지만, 그가 최고 선수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스스로 기울인 노력은 자못 눈물겨운 바가 있다. 그의 성취 뒤에는 절박함, 간절함, 중독이라고 해도 좋을 지독한 야구사랑, 벼랑 끝 같은 말이 도사리고 있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만약 서건창이 변화를 꾀하지 않고 2012년 신인왕의 이름에서 안주하고 머물렀다면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올해의 성과를 일궈내긴 어려웠을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프로야구 한 시즌 개인최다안타(201개)로 상징되는 그의 기록은 ‘타격 폼’의 변신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인간 일생의 거의 전부는 실로 부질없는 호기심을 채우는 데 소비되고 있다.”고 했지만, 그야말로 서건창은 강한 호기심을 절로 불러일으키는 빛나는 존재이다. 상투적이지만, 진정성, 진지함, 노력 따위가 그의 몸에 배어있는 듯하다.
타격 폼은 개성이다. 타격자세라는 것이 정형화된 틀이야 있겠으나 저만의 타격 폼이 없다면, 허수아비에 비단 옷을 걸쳐 놓은 꼴이 아니겠는가. 김성한의 ‘오리궁둥이 타법’, 박정태의 ‘흔들이 타법’, 양준혁의 ‘만세타법’ 같은 것도 저만의 타격 자세를 찾아내고 정형화시킨 결과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서건창의 ‘펭귄 타법’은 자신의 체격조건에 딱 들어맞는 맞춤형 타격 폼이라고 해도 좋겠다. 
맨 밑바닥에서 출발해 2012년에 신인왕에 올랐던 서건창은 2013년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6월 22일 목동 구장에서 열렸던 NC 다이노스전에서 수비 도중 새끼발가락을 다쳐 그해 86경기에만 나가는데 그쳤다. 그대로 주저앉았다면, 재도약을 위한 변화를 구하지 않았다면 그의 오늘은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변화의 핵심은 자신만의 타격 폼을 만드는 것이었다. 서건창은 올해 양 무릎을 오므리고 배트는 배꼽 부근까지 최대한 내려뜨리되 팔은 가슴에 밀착시키는 독특한 타격 자세를 선보였다. 얼핏 펭귄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그 타격 폼으로 서건창은 크게 성공했다. 서건창은 야구선수로는 그리 크지 않은 키(176㎝)로 올해 2루타 41, 3루타 17개(한 시즌 최다 기록)를 기록했다. 그로 인해 두산의 정수빈 같은 선수가 그의 타격 폼을 모방해 재미를 보는 일도 생겨났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공을 가장 빨리 칠 수 있는 폼”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허문회 넥센 타격코치는 “타격은 회전 운동이다. 배트를 휘두르는 것은 회전 운동이 좋아야 하고 중심축을 잘 잡아야 맞추는 비율이 높다.”고 전제하고 “서건창의 타격 폼은 올 봄 캠프 때 타격 타이밍을 잘 잡기위해 고안한 것으로 지난해에 비해 서 있는 자세가 달라진 것이고 파워포지션을 잘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서건창의 웅크린 듯한 자세에서 나오는 간결한 타격은 찰나에 배트에 기를 불어넣고 온 힘을 실어 타격을 하는 이점을 안고 있다. 한마디로 타이밍을 잘 잡기 위한 폼이다.
허 코치는 “서건창은 파고드는 태도가 좋다. 제 몸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하려든다.  인내력과 진지함, 그런 부분도 좋고 방법도 잘 알고 있다.”면서 “타격할 때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먼저 물어보고 연습 때 실행하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별로 나무랄 데가 없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서건창은 목표를 세워놓고, 타의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알아서 한다.
허 코치는 “0.4초 안에 들어오는 투구를 배트로 0.1, 2초 만에 맞추어야하는데, 배트 회전이 빨라야 타이밍이 조금 늦더라도 맞출 수 있다. 서건창은 지난해에는 오른 발이 많이 빠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는 타격시  중심축이 별로 흐트러짐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정작 서건창은 주위의 타격 폼에 변신에 대한 관심에 무덤덤하다.
그는 “(타격 폼 변화와 관련한)질문을 많이 받았다. 큰 성과를 내서 좋긴 하지만 주목받으려고 그런 것을 연구한 것도 아니고, 딱히 어떤 목표를 갖고 폼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타격코치와 얘기하면서 가장 편한 것을 찾아가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타이밍을 맞추고 잘 잡기위한 타격 폼이다.”고 말했다.
서건창은 올 연말 여러 시상식의 단골손님으로 다니느라 분주했고, 여기저기 인사를 하느라 아주 바쁘신 몸이 됐다. 그렇다고 개인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틈틈이 목동 구장에 나가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서건창은 12월 9일에 지난해(7700만 원)보다 222.6%나 오른 3억 원(9300만 원)에 2015년 연봉 재계약을 마쳤다. 2012년에 1군 최저연봉인 2400만 원에서 출발, 이태 만에 억대 고액 연봉자가 됐다. 
광주일고 시절 주전 유격수로 황금사자기와 대통령배 우승 주역이었던 서건창은 두 차례의 신고선수(2008년 LG 트윈스, 2012년에 넥센)와 현역병으로 군복무를 마치는 등 굴곡 많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여 보란 듯이 프로야구 선수로 우뚝 섰다. 고액 연봉은  그의 노력을 외면하지 않은 당연한 보상이다. 서건창은 절박한 처지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냈다. 그 길에서도 그는 쉬지 않고 있다. 끊임없이 모색하는 그의 태도를 모름지기 본받을 일이다.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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