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1970' 이민호는 어떻게 스크린 도전에 성공했나[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1.24 07: 35

조폭 연기도 누가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멋있거나 비열하거나 촌티 풀풀 나는 걸로. 그렇다면 귀공자 한류스타의 대명사인 이민호가 첫 스크린 도전에서 선택한 강남 조폭 캐릭터는 어땠을까?
한 마디로 1980년대 홍콩 누아르 전성기 '영웅본색' 주연발의 부활을 2015년 대한민국에서 외치는 모습이다. 영화는 잘 빠졌고 관객은 반응했다. 이민호의 첫 영화 '강남 1970'은 '국제시장'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3일 연속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강남 1970’(감독 유하)은 23일 하루동안 14만8,043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누적관객수는 44만명. 극장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2위 그룹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독주 체제를 굳히는 중이다.

‘강남 1970’은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이다. 1970년대 서울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 땅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스크린에 옮겼다. 액션 느와르로 거침없는 폭력과 정사신을 담은 '강남 1970'의 등급은 당연히 19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학용 애니메이션까지 제치고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배경은 바로 '멋진' 이민호의 활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 이민호는 드라마를 통해 구축했던 ‘왕자 같은’ 이미지를 내려놓고 건달로 등장, 과감한 연기 변신으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주윤발이 ‘영웅본색’ 출연 이후 전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것과 같이 이민호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색다른 모습을 선사, 흥행 돌풍까지 예고하면서 ‘이민호 신드롬’을 일으킬 전망이라 영화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넝마주이에서 시작해 강남땅 개발 이권 다툼에 끼어드는 정치깡패로 변해가는 김종대 캐릭터를 연기한 이민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저 순수함만이 가득한 눈빛에서부터 욕망으로 들끓는 눈빛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해내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그동안 드라마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등을 통해 ‘강남 재벌남’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잠시 왕관을 내려놓고 거친 수컷의 냄새를 풍기는 것이 ‘강남 1970’ 흥행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호화로운 집에서 좋은 옷만 입으며 ‘왕자님’의 정석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 영화에선 넝마주이 모습부터 거친 욕설은 물론, 무기를 가리지 않는 거친 액션까지 선보이면서 색다른 변신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이와 같은 상남자의 모습은 ‘영웅본색’의 주윤발과 매우 닮아있다. 주윤발 역시 트레이드마크인 트렌치코트와 선글라스를 매칭, 상남자의 면모를 풍겼으며 외모뿐만 아니라 남성 관객들을 열광케 한 쌍권총 액션으로 단숨에 ‘상남자의 상징’으로 등극한 바 있다.
게다가 ‘영웅본색’에서 보여준 의리를 위해 몸을 바치는 모습과 고독함이 담겨 있는 그의 눈빛 등도 ‘강남 1970’ 이민호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 욕망에 들끓지만 그 욕망은 자신을 키워준 길수(정진영 분)에 대한 의리가 깔려있고 또한 극이 진행될수록 점차 고독해져가는 그의 눈빛 역시 ‘영웅본색’의 주윤발을 생각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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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1970’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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