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지옥의 3루 펑고…김성근 감독 대만족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1.24 17: 51

"김태균이가 많이 좋아졌어". 
24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 오후 3시50분 보조구장에서 김성근 감독이 배트를 집어 들었다. 3루에 김회성을 세워 두고 본격적인 펑고가 시작됐다. 5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또 한 명의 선수가 나타났다. 타격훈련을 마친 김태균이 보조구장으로 달려와 김 감독의 펑고 대열에 합류했다. '지옥의 3루 펑고'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김태균은 김회성과 번갈아가며 김 감독의 펑고를 받았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는 웃는 얼굴로 힘차게 공을 잡아냈다. 김 감독의 펑고는 낮은 탄도로 빠르고 날카롭게 날아갔고, 김태균도 팔을 뻗어 몸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풋워크가 무거워졌다. 닿을 듯 닿지 않는 펑고가 이어졌다. 

김 감독의 펑고는 멈출 줄 몰랐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펑고에 땀을 머리를 타고 모자를 적셔 그라운드로 뚝뚝 떨어졌다. 몸이 따라주지 않고 쓰러지자 "빨리 일어서!"라는 김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김태균과 김회성은 서로 엉덩이 두드려주고 격려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땀에 젖은 김회성의 모자를 벗겨주기도 했다. 
김태균도 몇 분 후 스스로 모자를 벗어던지며 김 감독의 펑고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오후 4시30분쯤 노란 박스 안의 공이 소진된 뒤에야 김태균과 김회성은 잠시나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박스에 공이 채워지자 또 펑고 세례가 이어졌다. 김 감독은 "제대로 잡을 때까지 계속 한다"며 그들을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김태균은 다시 젖먹던 힘까지 냈다. 3루 라인선상으로 날카롭게 빠지는 펑고가 날아왔다. 김태균은 다이빙캐치로 펑고들을 잡아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김 감독은 "그래, 바로 그거야!"라며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김태균도 "감독님, 수고하십니다!"라며 기합을 넣었다. 오후 4시44분이 되어서야 김 감독은 "태균이 빠져"라고 지시했다. 
김태균은 3시55분부터 4시44분까지 49분 동안 김 감독의 펑고를 받았다. 김 감독은 김태균에게 합격점을 준 뒤 김회성에게 또 9분 동안 홀로 펑고를 쳐줬다. 김 감독은 한 시간 가까이 펑고를 쳤다. 두 박스 가량 쳤으니 약 500개 정도 되는 펑고였다. 
펑고를 마친 후 김 감독은 "김태균이도 펑고를 한 번 할 때가 되어서 한 것이다. 볼 처리 능력이 좋다. 글러브질에 센스 있다. 많이 좋아진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균도 "나부터 해야 후배들도 따라온다. 감독님도 그 연세에 이렇게 펑고 치시기가 힘들텐데 대단하시다"며 존경의 뜻을 표했다. 
김태균은 펑고를 받던 막판, 훈련장 반대편에서 여유롭게 번트 훈련을 하고 있던 정근우를 향해 "야, 너도 이리 와"라고 외치며 절규했다. 김 감독은 "김태균뿐만이 아니다. 모레는 정근우가 죽는다"며 지옥의 펑고를 예고했다. 
waw@osen.co.kr
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