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감독님 대단, 팀만 잘되면 굴러도 좋아"(동영상)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1.25 06: 21

"내가 이렇게 굴러서라도 팀이 잘되면 좋다". 
한화 김성근(73) 감독은 취임식에서 간판스타 김태균(33)에게 선전포고했다. "3루에서 반은 죽을 것이다"는 공포의 펑고 예고였다. 지난해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맛보기를 보여줬던 김 감독은 지난 24일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결국 김태균을 3루로 불렀다. 김태균은 김회성과 함께 번갈아가며 김 감독에게서 쉼없이 펑고를 받았다. 
오후 3시55분 메인경기장에서 타격 훈련을 끝마친 김태균은 김 감독의 호출을 받고 급히 보조구장으로 달려왔다. 5분 전부터 김회성의 펑고가 시작된 가운데 김태균이 대열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빠르고 날카로운 펑고를 날렸고, 김태균의 이마에도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유니폼은 순식간에 흙투성이가 됐고, 모자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오후 4시44분까지 김태균은 49분 동안 쉼없이 굴렀다.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있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데이터를 보니 김태균의 수비 실수로 내준 경기가 있었다. 가을에 직접 펑고를 쳐보니 그런 부분이 느껴졌다. 수비에서 점수를 어떻게 덜 주느냐에 따라 팀의 성적이 달라진다. 김태균도 수비훈련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서 팀과 개인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평소 타격 못지않게 수비를 중시하는 김태균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김 감독의 펑고에 임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공을 받은 김태균은 큰 몸을 날리며 다이빙캐치까지 수차례 선보여 김 감독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모자까지 벗고 펑고에만 집중한 김태균도 "감독님, 수고하십니다!"라며 74세 노감독의 진정 어린 훈련에 화답했다. 김 감독은 "김태균이 많이 좋아졌다. 3루를 봐도 괜찮을 정도다. 시즌 때 상황에 따라 3루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훈련을 마친 후 김태균은 고된 훈련에도 밝은 표정이었다. 그의 유니폼에는 흙이 아주 깊게 배어있었다. 마치 자랑스런 훈장 같았다. 그는 목을 축일 수 있는 음료를 찾으면서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마치 당연한 것을 했다는 듯 한 의무감과 책임감이 깃든 모습이었다. 
김태균은 "내가 먼저 해야 밑에 애들도 따라온다. 아무리 힘든 펑고라도 할 때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굴러서라도 애들이 잘되고, 팀도 잘되면 좋은 것이다. 우리 팀 성적만 난다면 언제든 펑고를 받을 수 있다"고 의연하게 이야기했다. 진심 어린 표정이었다.
김성근 감독에 대한 존경의 눈빛도 있었다. 그는 "감독님 펑고를 직접 받아보니 솔직히 진짜 대단하시다. 그 연세에 이렇게 치시기 힘들텐데…"라며 놀라워했다. 노감독의 열정이 김태균의 마음을 울렸다. 김태균부터 움직이는 한화는 어느새 하나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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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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