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콧수염 싹둑, "감독님 감사합니다" 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1.25 06: 26

"내가 재미있는 것 보여줄까?"
지난 24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 늦은 오후 김태균과 김회성에게 한 시간 가량 직접 펑고를 쳐준 김성근(73) 감독은 감독실에서 무언가를 보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내가 재미있는 것 보여줄까?"라며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렸다. 김 감독은 손가락을 움직여 어떠한 사진을 확대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이용규(30). 
이용규의 모습이 놀라운 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콧수염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용규는 깨끗하게 면도하고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하얀색 종이에 김 감독을 향한 메시지를 적었다. 메시지는 '감독님, 저 면도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용규는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우연히 면도를 안 했는데 타격이 잘되자 징크스처럼 수염을 길렀고, 어느새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용규가 스스로 면도를 하고, 김성근 감독에게 감사함을 나타냈다. 왜 그랬을까. 
김 감독은 "내가 면도를 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본인이 알아서 면도를 하고 이렇게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왔다. 얼마나 보기 좋은가. 훨씬 깔끔해지고, 얼굴이 더 잘생겨졌다. 아주 귀여워 죽겠다"며 연신 입가에 흐르는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마치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 같았다. 
김 감독은 취임식에서 선수들에게 머리를 짧게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김 감독은 "미국 뉴욕 양키스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장발이나 수염을 허락하지 않는다. 엘리트들이 괜히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역시도 팀이 하나가 되는 행동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의중을 읽은 이용규는 스스로 상징과 같은 콧수염을 깎았다. 그러면서 감사함을 표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깨 회전근 수술로 지난해부터 계속 재활을 하고 있는 이용규는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에 마음고생이 크다. 김 감독 부임 후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따라가지 함께 못하는 것에 마음의 짐이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확실하게 회복되기 전까지는 부르지 않겠다. 서두르지 말고 재활하라"고 그에게 말했다.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는 김 감독의 마음에 이용규가 콧수염 면도로 화답한 것이다. 매일 오키나와 재활 멤버들의 상태를 보고받는 김 감독은 "이용규가 60m 캐치볼을 하고 있다. 지금 상태라면 개막전에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나 역시 마음이 급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고치에 있는 다른 선수들을 계속 키워내야만 한다. 이용규만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 경쟁심을 느낄 수 있게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이용규에게 충분한 회복시간을 주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용규가 콧수염을 정리할 정도로 김 감독은 그의 마음을 확실하게 사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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