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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프로젝트 루카스' 시동...1선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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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세호 기자] “최근 부진한 이유가 투구 밸런스에 있었다. 그런데 이 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비디오만 봤지만, 충분히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으로 돌려놓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해 미운 오리에서 에이스투수가 된 코리 리오단(29)처럼, 이번에는 루카스 하렐(30)에게 마술을 걸려고 한다. ‘프로젝트 루카스’가 시작된 것이다.

루카스는 2012시즌 휴스턴에서 32경기 193⅔이닝을 소화하며 11승 11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맹활약했다. 약체 휴스턴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을 올린 선발투수였다. 그러나 이후 제구력이 흔들리며 고전했다. 2013시즌에는 36경기(선발 등판 22경기) 153⅔이닝 6승 17패 평균자책점 5.86, 2014시즌에는 3경기 12⅓이닝 0승 3패 평균자책점 9.49로 무너졌다. 2012시즌 9이닝 기준 3.6개를 허용했던 볼넷수가 2013시즌 5.2개, 2014시즌에는 6.6개로 불어난 게 문제였다.

LG는 일찍이 루카스의 부진 원인을 꿰뚫고 있었다. 루카스가 마이너리그 유망주일 때부터 지켜본 강상수 투수코치는 양상문 감독과 루카스 영입을 논의했다. 결국 LG는 지난해 11월 26일 루카스와 90만 달러에 계약, 루카스를 부활시켜 1선발 에이스 역할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강 코치는 “루카스를 영입하기에 앞서, 감독님과 루카스의 비디오를 보면서 2012시즌 잘했던 것과 최근 못 했던 원인을 찾아냈었다. 투구 밸런스 문제였는데, 이를 조금만 수정하면 루카스가 2012시즌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루카스 영입 배경을 전했다.

현재 루카스는 두 차례 불펜피칭을 소화한 상태다. LG 강 코치는 지난 27일 “첫 번째 불펜피칭 후 루카스에게 ‘내가 생각하는 네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도 괜찮겠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루카스가 ‘제발 이야기 해 달라.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하더라. 그래서 감독님과 비디오를 보며 논의했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루카스가 금방 받아들였다. 이후 두 번째 불펜피칭에 들어갔는데 2012시즌의 밸런스가 잡힐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금 시점에선 루카스의 문제점이 정확히 어느 부분인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일단 양 감독은 “최근 루카스의 공을 보면 스트라이크존에서 한 두 개 정도 벗어나는 경우가 많이 보였다. 공의 움직임 자체가 많은 만큼, 제구를 잡기위해선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게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제구불안이 투구 밸런스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루카스의 주무기는 지저분한 싱커. 루카스는 2012시즌부터 싱커 비율 53%이상, 땅볼 비율 또한 50% 이상을 기록했다.(Fangraphs.com 참조) 하지만 이 싱커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추락하고 말았다. 장점이 단점으로 변한 것이다.

양 감독은 지난해 리오단에게도 비슷한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시즌 초반 리오단은 ‘오른손 주키치’라고 불릴 만큼, 상체를 크게 비틀어서 공을 던졌다. 리오단 스스로도 오랫동안 공을 숨기면서 투구하는 자신만의 디셉션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양 감독은 이점부터 뜯어고쳤다. 제구력 난조의 원인이 커다란 상체 움직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상체 움직임을 작게 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리오단은 제구가 몰라보게 안정되며 리그 정상급 이닝이터로 거듭났다.

루카스와 함께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소사도 지난해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14시즌 소사는 큰 기대와 함께 넥센에 합류했는데, 초반 결과는 좋지 않았다. 150km를 상회하는 싱커의 제구가 이따금씩 흔들린 게 문제였다. 그러자 넥센 염경엽 감독은 당시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차명석 수석코치에게 “소사가 싱커를 던지지 않으면 어떻겠나”고 조언을 구했고, 차 코치는 “싱커 없이 포심 패스트볼만으로도 충분히 타자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답했다. 이후 염 감독은 소사에게 ‘싱커 금지령’을 내렸고, 소사는 포심과 슬라이더 투피치로 리그를 호령했다. 리오단과 소사 모두 자신의 장점이 단점으로 변하자 이를 과감하게 버린 게 상승세의 요인이 됐다.

루카스가 앞으로 리오단처럼 투구폼을 수정할지, 아니면 소사처럼 싱커를 봉인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LG 코칭스태프는 답을 갖고 있고, 루카스 또한 이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 감독은 “이따금씩 현지에서 마이너리그 투수들을 보면, ‘한두 가지만 수정보완하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겠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재능 있는 투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다 펼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미국 야구는 무한경쟁 체제다. 메이저리그 팀 아래로 무려 6개의 마이너리그 팀이 있다. 선수자원이 많은 만큼, 가장 잘하는 선수만 뽑아 써도 충분하다. 그래서 선수와 코치의 맨투맨 지도를 보기 힘들다. 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 혹은 거액의 FA 계약을 체결했지만 부진한 선수 정도만 코치로부터 맨투맨 지도를 받는다. 리오단과 소사, 그리고 루카스 모두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 코치와 미국 코치의 능력차이가 아닌, 한국 야구와 미국 야구의 환경 차이, 문화 차이가 외국인선수의 부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LG에 있어 루카스의 활약은 ‘필수’다. 토종 원투펀치 우규민과 류제국이 재활 중인만큼, 둘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외국인 원투펀치 루카스와 소사가 선발진의 기둥이 돼야한다. 루카스와 소사가 개막전부터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고, 우규민과 류제국이 정상적으로 합류한다면, LG는 5월부터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프로젝트 루카스’ 성공여부에 LG의 2015시즌 초반이 달려있다.
 
drjose7@osen.co.kr

<사진> 애리조나 =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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