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캠프]'얼리버드' 김현수, 동료들 위해 빗자루 들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1.28 10: 01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머무는 애리조나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정해진 공식 훈련 시작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지만, 대다수의 선수들은 한 시간 일찍 나와서 훈련을 시작한다.
두산은 오전 8시 30분부터 훈련을 시작하는 '얼리 워크' 조를 운영하고 있다. 원래는 해당되는 선수만 훈련을 하는데, 3~4명만 제외하면 전원이 나와서 훈련을 한다는 게 두산 코칭스태프의 설명이다. 훈련시간이 예년에 비해 줄어든 두산이지만 훈련 집중도와 강도는 오히려 늘었다.
오전 8시 30분부터 훈련이 시작되는데, 선수 가운데 한 명이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선수들이 쓰는 벤치를 정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훈련보조요원인가 싶었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정말 좋은 몸을 갖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보니 두산 간판 외야수 김현수였다.

이날 김현수는 얼리 워크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일찍 야구장에 출근했다. 그는 왜 이렇게 일찍 나왔냐는 질문에 "그냥 잠이 일찍 깨서 나왔다. 원래 야구장 일찍 나와서 앉아서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김현수는 단순히 일찍 나와서 앉아있는 게 아니었다. 빗자루를 들고 벤치 주위를 깨끗하게 정리한 뒤였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스테인레스 벤치는 스파이크를 신은 채 다니는 통로와 같기 때문에 훈련이 끝난 뒤에는 흙으로 가득하다. 게다가 벤치 주변에는 씹다 뱉은 해바라기 씨 껍데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김현수는 아직 20대지만, 젊은 선수들이 많은 두산에서는 중고참이다. 게다가 올해로 프로 9년 차, FA를 앞두고 있다. 김현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원래 일찍 나오면 청소를 한다. 다들 나와서 운동할 때 깨끗한 벤치를 보면 기분이 좋을 것 아닌가"라고 애써 공치사를 거절했다.
그러면서 김현수는 엉뚱하게 "나중에 나이 먹으면 미국에서 야구장 관리하고 싶어서 미리 청소를 한다"고 말했다. 착한 일을 하다가 들킨 김현수는 거듭해서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잘 되는 집안은 이런 선수가 꼭 한 명씩 있다. 동료들을 위해 조금 더 움직이는데서 진짜 팀워크가 생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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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리아(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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