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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아닌 '인간' 차두리의 마지막 '태극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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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시드니(호주), 이균재 기자] '인간' 차두리(35, 서울)가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 그라운드를 누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6시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2015 AFC 아시안컵 우승컵을 놓고 호주와 자웅을 겨룬다. 27년 만에 결승행 꿈을 이룬 대표팀은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차두리의 발끝에 이목이 쏠린다. 그에겐 특별한 아시안컵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무대다. 지난 2001년 11월 세네갈전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10년 넘게 품었던 태극마크다. 74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했다. 정들었던 태극마크와 이별할 시간이 다가왔다.

차두리에게 3번째 도전인 아시안컵이다. 지난 2004년 중국, 2011년 카타르 대회서 연이어 쓴잔을 들이켰다. 막내로 참가했던 2004년엔 8강 탈락의 좌절을 맛봤다. 최고참이었던 2011년엔 3위의 아쉬움을 삼켰다. 2전 3기를 노리고 있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팬들이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이고 있지만 그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차두리의 아버지인 차범근 전 감독은 "본인이 생각하고 판단해서 은퇴를 결정했기 때문에 두리의 판단에 맡길 것이다. 마지막일 테니까 구경 왔다"면서 "은퇴가 아쉽지만 아버지 생각일 뿐이다. 축구 선수로 그만큼 했으니 다른 곳에서도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해야 한다"며 차두리의 은퇴 번복이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차두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사실상 마지막 멤버다. 박지성, 이영표 등은 축구화를 벗은지 오래됐다. 김남일, 이천수, 설기현 등이 현역으로 뛰고 있지만 다시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 개막 직전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곤욕을 치렀다. 100% 몸상태가 아님에도 맹활약을 펼쳤다.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서 김창수의 갑작스러운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쿠웨이트와 2차전엔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남태희의 헤딩 결승골을 도왔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서도 폭풍드리블 돌파에 이은 패스로 손흥민의 쐐기골에 밥상을 차렸다.

차두리의 별칭은 자신의 성과 터미네이터의 합성어인 '차미네이터'이다. '로봇'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치지 않고 뛴다는 뜻이다. 호주와 결승전은 '인간' 차두리의 국가대표 은퇴 경기다. 무대는 한국이 1960년 이후 정상에 서지 못했던 아시안컵이다. 본인은 물론 한국 축구와 팬들에겐 남다를 수밖에 없는 한 판이다. 모두가 최상의 시나리오를 바라고 있다. 차두리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함박미소를 짓는 장면이다.

후배들도 차두리의 의미 있는 은퇴 선물을 위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근호(엘 자이시)는 "(차)두리 형의 은퇴 경기서 투혼을 불사를 것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두리 형을 위해 더 열심히 뛰는 것만이 고마움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차두리의 포지션 경쟁자인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도 "우리 모두 두리 형에게 멋진 은퇴 선물을 해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준우승은 의미가 없다. 우승해서 두리 형에게 멋진 선물을 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두리가 후배들과 함께 마지막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dolyng@osen.co.kr

<사진> 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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