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강남1970'과 '국제시장'..그리고 아버지 [인터뷰②]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1.31 14: 39

배우 정진영은 영화 ‘국제시장’에 이어 ‘강남 1970’에서도 절절한 부성애를 보인다. 진짜 아들이 아님에도 아버지가 필요한 넝마주이 종대(이민호 분)를 끝까지 감싸고 꾸짖는 그의 모습에서는 험난한 시대, 아버지로서의 도리를 지키려 하는 소시민 가장의 서글픈 초상이 담겨있다.
정진영은 ‘국제시장’의 아버지와 ‘강남 1970’의 아버지가 분명 다른 캐릭터라고 말했다. ‘국제시장’의 아버지가 주인공 황덕수(황정민 분)가 평생을 살면서 자신을 지켜보는 거울 같은 아버지라면 ‘강남 1970’의 아버지는 의지할 데 없는 천애 고아 종대(이민호 분)가 마음을 붙일 수 있는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제는 아버지 역할에 익숙해진 그는 “(장)근석이 아버지도 했고, (구)혜선이 아버지도 했다”며 시원하게 웃어보였다.
“늘 하는 말인데 인류의 반이 남자에요. 남의 95%는 아마 아버지이거나 아버지가 될 사람이겠죠. 아버지마다 다른 삶과 이력이 있으니까요. ‘국제시장’이나 ‘강남 1970’이나 부성애라는 핵심은 있지만 그 사람의 위치가 달라 같은 역할이라 보지 않았어요. 이제는 아버지 연기를 할 나이가 된 걸요. 그 전에도 아버지 역할을 많이 했고요. ‘국제시장’이 천만 영화가 됐다 보니, 인상이 깊은 거고 이 영화도 기대작 중에 하나니까 그런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웃음) 앞으로도 아버지 역을 많이 하게 될 거 같아요. 그런 나이가 됐죠. 좋다. 좋아. 뭐 앞으로 할아버지까지 하면 좋죠.”

공교롭게도 ‘국제시장’이나 ‘강남 1970’ 모두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드러내고 있는 주제의식이나 감성은 조금 다르다. ‘국제시장’의 경우 부모세대에 대한 헌사 혹은 면죄부라 불리며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강남 1970’의 경우 기득권에 대한 비판의식이 깔려있는 작품. 두 영화 연이어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찍은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사회 비판적인 영화를 좋아해요. 꼭 그래서 그 영화를 하는 건 아닌데 선호도가 있는 편이에요. ‘국제시장’은 윤제균 감독이 얘기하듯 아버님에 대한 헌사로 만든 영화에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개봉이 끝난 순간 만든 사람에게 그 영화는 자기 게 아니죠. 관객이 마음대로 해석할 권리가 주어지고요. 관객 스스로 느낀 걸 말씀하는 걸 막을 명분은 없는 것 같아요. 영화라는 게 어떤 예술 작품이라는 거는 수용하는 사람의 태도대로 이해될 수밖에 없으니까, 한 발짝 물러서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뜻했던 아버지답게 극 중 자녀들로 나왔던 이민호-설현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 좋았던 건 무엇보다 순수하고 착한 성품이었다.
“주연은 전체를 끌어가야 하죠. 스태프와의 관계도 리드해야하고. 스태프들도 민호를 좋아하하고 애가 순진해요.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착해요. 사실 어깨에 힘이 아주 많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이민호는)안 그렇더라고요. 동네 슈퍼에서 만난 라면 사러온 예쁜 청년처럼 보여서 예뻐했죠.”
“설현은 순수함 그 자체에요. 스무 살 갓 넘은 아가씨인데 좋은 게 해맑았어요. 그러면서도 그 안에 뭔가 그늘이 있고. 여배우로서 좋은 얼굴이에요. 마스크도 고전적이고 손 안댄 깨끗함이 있어서 배우로 앞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정진영에게는 고등학생 아들이 하나 있다. 진짜 아버지로서의 그는 영화 속 아버지와 무엇이 다를까?
“우리 애가 어릴 때는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려고 했어요. 지금은 청소년이니까 좀 이렇게 아버지를 좋은 어른으로 볼 수 있는 그런 어른이고 싶어요. 아이한테 우리 아버지가 좋은 어른이구나, 싶은. 아이들이 어른을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야 세상이 좋은데 내 아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참 고마울 텐데…. 그러려면 내가 노력을 해야 해요.”
지난 21일 개봉한 ‘강남 1970’은 현재 150만 관객 동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개봉 이래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청불’ 영화임에도 선전하고 있다. 흥행에 대한 정진영의 바람은 크지 않다. ‘대박’보다는 손익분기점(B.E.P)를 넘기는 것이다.
“흥행은 늘 누구도 결과를 알 수 없는 거니까요. 이 영화는 위로가 되는 영화는 아니에요. 고민해보자는 영화죠. 그래서 (영화를 선보이는 입장에서는)늘 배치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거에요 메시지도 전하고 싶고, 흥행돼서 본전도 뽑아야 하고, B.E,P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관객 분들의 애정 어린 선택을 바랄 뿐입니다. 영화가 다 그렇죠.”
정진영이 원하는 영화 시장은 다양한 영화들이 공존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입장도 관객들마다 다를 수 있고, 그것을 인정한다. 영화가 단일한 한 가지 교훈으로 읽히기를 원하지 않는다.
“위로하는 영화도 소중해요. 코미디가 있으면 감정들도 해소를 하고 좋은 거다. 이것저것이 다 섞여 있으면 좋은 거에요. 다양한 미덕을 갖춘 영화가 공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바람이라고 했지만, 그는 이미 좋은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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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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