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컵 결산] 이정협 캐낸 슈틸리케의 충고, 큰 울림 안기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2.02 05: 30

이정협(상주)이라는 보물을 캐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진심 어린 충고가 한국 축구에 큰 울림을 안겼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서 호주와 연장 끝에 1-2로 석패했다. 이로써 55년 만의 정상 등극을 노렸던 한국은 지난 1988년 이후 27년 만의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승전 직후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한국 축구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전반에 좋은 기회를 못 살려 어려운 경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좋은 장면이 있었지만 이것이 축구다. 이정협이 정말 잘해줬다. 몇 주 전 그가 교체로 들어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지켜본 뒤 뽑았다. 이정협의 소속팀은 2부리그로 떨어졌고 거기서도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대표팀에 처음으로 발탁되어서 정말 좋은 활약을 했다. 우리가 대표 선수들을 선발할 때 놓치는 선수가 있는지 숨은 진주가 있는지 지켜보러 다녀야 한다. 발굴이 되지 못한 것인지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한지 모르겠다. 결승서도 이정협이 다리에 쥐가 나 다른 대안이 없어서 중앙 수비수 곽태휘를 최전방으로 올려야 했다. 한국 축구의 문제점 하나를 말하겠다. 학원 축구에서 선수를 많이 육성하는데 승리하는 법만 주로 가르친다. 승리하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어떻게 축구를 해야하는지가 우선시 돼야 한다."
정곡을 찔렀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에서 백업으로 뛰는 이정협을 발굴했다. 대학축구리그(U리그)까지 보러 다니며 숨은 보물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뛴 결과였다.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정협이라는 보물은 언제까지 원석으로 남아 있었을지 모른다. 한국 축구계가 눈을 뜨고 귀를 열어야 하는 부분이다.
승리 지상주의는 과거부터 지적되오던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 한국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승리에 집착하는 축구를 배우다 보니 창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짜 축구를 못 배우다 보니 중요한 순간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는 성인으로 자라나면서 엄청난 차이를 불러온다. 승리하는 축구 이전에 어떻게 축구를 해야하는지를 가르쳐야 진짜 선수가 육성된다. 한국이 세계 축구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지름길이자 근본적인 방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세계적인 명문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 레전드 출신이다. 레알은 눈부신 유스 시스템을 자랑하는 팀이다.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직접 체험했을 슈틸리케 감독이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유소년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독일 또한 유소년 육성에 일가견이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주역들은 탄탄한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한 주인공들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한국 축구계의 전반을 둘러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의 시선은 A대표팀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유소년, 청소년, 대학,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선수들에게도 눈을 돌렸다. 그 결과 느낀 것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시안컵 준우승 직후 한국 축구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뼈있는 조언을 던졌다.
슈틸리케호는 27년 만의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아픔을 깨끗이 씻었다. 이정협이라는 보물을 캐낸 슈틸리케 감독의 조언은 그래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doly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