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비 다 버렸는데…" NC 포수 이승재 인생 2막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2.02 06: 14

NC 다이노스, 그리고 마산구장은 선수들에게 있어서 기회의 땅이다. 1군 진입 2년 만에 4강에 오르면서 지금은 '외인구단'의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는 올해 서른 셋이 된 포수 이승재(32)도 포함되어 있다.
이승재는 마산중-마산고-경희대 출신으로 2006년 롯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고교졸업 후 2002년 2차 5번으로 롯데 지명을 받았지만 대학 진학을 택했고 이후 2006년 다시 롯데로 들어갔다. 대학시절 공격형 포수로 기대를 받았던 이승재는 입단 첫 해 1군에서 38경기에 출전하며 기회를 받았지만 타율 1할7푼6리에 그쳤고 이듬해에는 단 3경기에만 출전했다. 게다가 사고로 인한 어깨부상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재활에 들어갔다.
재활과 군 복무, 그리고 재활. 이승재는 롯데에서 선수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어깨 부상때문에 롯데에서 재활만 4년을 했다. 2011년 11월 방출됐는데, 사실 6월부터는 거의 운동을 포기하고 있었다. 정말 야구 그만두려고 야구장비도 다 갖다 버렸다. 그 만큼 야구가 싫었다"고 아픈 기억을 힘겹게 다시 꺼냈다.

그가 다시 야구선수로 도전하게 된 것은 고양 원더스에서였다. 이승재는 "야구를 그만두고 나서 다른 일을 찾아보고 있는데 대학교 코치님이 '고양 원더스라는 팀이 생겼다'면서 다시 한 번 야구를 해보라고 권하셨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승재는 다시 포수 프로텍터를 썼다. 그리고 2013년, 고향팀인 NC의 부름을 받았다. 당시 NC는 이승재를 비롯해 투수 김용성, 외야수 이원재와 윤병호를 한꺼번에 받아들였다.
이승재가 다시 1군경기에 출전하게 된 것은 2014년 4월 6일 넥센전이었다. 무려 7년 만에 출전했던 이승재는 1군과 퓨처스리그를 오가며 작년 12경기에 출전했다. 안타는 11타수에 딱 하나, 그게 바로 임창용을 무너뜨린 한 방이었다. 폭우가 내리던 9월 2일 삼성전에서 이승재는 무사 만루 찬스에 등장, 중견수 박해민의 키를 넘기는 싹쓸이 3루타를 터트렸고 상대 실책을 틈타 홈까지 밟았다. 결승타로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였지만 9회말 다시 경기가 동점이 됐고 결국 무승부로 경기는 끝났다.
올해는 이승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작년까지 백업포수로 뛰었던 이태원이 올해 신고선수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NC는 이번에 주전포수 김태군을 포함해 모두 6명의 포수를 캠프에 동행시켰는데, 나머지 5명은 치열한 백업포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승재 역시 그 후보 가운데 하나다. 그는 "올해는 70경기 정도 출전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야구는 이승재에게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줬다. 암흑과 같았던 4년 동안의 재활은 그에게 절망을 줬지만, 한 줄기 빛을 따라 간 이승재는 지금 희망을 보고 있다. 서른 세 살의 포수 이승재의 인생 2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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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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