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PD, 차승원의 '줌마 본능'을 꺼내다[차줌마 특집①]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2.20 07: 55

잘 생기고 비율 좋은 모델, 망가지는 역할을 맡아도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아내와 자식에게 뜨겁게 헌신하는 멋진 남편이자 아빠. 모델 출신 배우 차승원(44)을 바라보던 대중의 시선은 몇 주전까지, 딱 이랬다.
그랬던 차승원이 tvN '삼시세기-어촌편'(연출 나영석 신효정)을 만나더니 내면에 잠재됐던 아줌마 본성을 표피 바깥으로 끄집어내 완벽한 '차줌마'가 됐다. 이제는 그냥 태어날 때부터 그가 '차줌마'였던 느낌이 들 정도다. 차승원의 '줌마 본능'을 대중앞에 끄집어 내놓은 건 다름 아닌 나영석 PD였다.
◇ 앞치마+칼질…'줌마표' 성실·완벽은 기본

차승원이 이렇게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 남자였을 줄은 몰랐다. 그는 만재도에 마련된 '세끼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리가 알던 그 차승원이 아니었다. 좁은 주방을 한눈에 스캔하고, 양념과 살림들을 순식간에 정리했다. 함께 온 유해진이 바다에 나가 낚시나 통발을 던지면, 차승원은 집에서 집안일을 도맡았다. 앞치마는 한몸처럼 그의 몸에 들러붙었고, 칼질을 비롯한 요리행각은 당최 끊이질 않았다.
매끼니 선보이는 차승원의 요리실력은 특히 발군이다. '삼시세끼-어촌편'이 아닌 '마스터셰프코리아'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어날 정도의 손놀림과 완성도다. 앞서 '삼시세끼' 정선편에서 요리에 젬병인 두 남자가 고군분투했던 것과는 완벽히 딴판이다. 통발에서 건져올린 군소를 이용한 데침부터 무국, 장어구이, 우럭 탕수, 홍합 짬뽕, 고추잡채와 꽃빵, 어묵과 핫바까지 만들더니 급기야 막걸리도 만들어냈다. 진짜 아줌마도 무색하게 만드는 '차줌마'의 요리 실력이다. 성실과 완벽은 기본이다.
이런 차승원을 나영석 PD는 자막을 앞세워 '차줌마'라고 명명했다. "확실히 아줌마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 나 PD의 설명이다.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차승원은 멋있는 캐릭터는 아니에요. 잔소리도 많고, 고집도 세죠. 그가 만재도에서 잡은 목표는 오직 '잘 먹이는 것' 뿐입니다. 목표가 한 번 입력이 되면, 오직 그것만 생각하는 타입이죠. 자꾸 잔소리와 고집을 부리는 이유도 사실은 '잘 먹이고 싶다'는 엄마들의 마음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요."
◇ 변했다고? NO! 본성 자체가 '차줌마'
'삼시세끼-어촌편'은 첫 회 방송부터 광풍을 몰고 왔다. 4회 만에  tvN 개국이래 최고시청률을 경신했고, 매일 새로운 이슈들이 쏟아진다. 그 중심에는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이끌고 있는 '차줌마' 차승원과 '참바다' 유해진이 있다. 특히 차승원의 경우, 이전까지 알고 있던 이미지와 180도 다른 모습으로 모든 이의 이목을 확실히 집중시켰다.
나영석 PD 역시 차승원을 만나고 그동안 알고 있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의 '줌마 본능'을 발견했다. 나 PD는 "만나보면 안다"고 '차줌마'와의 사석에서의 첫 번째 만남을 떠올렸다.
"저도 차승원씨에게 시청자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마흔이 넘었어도 간지나는 배우, 그런 느낌이요. 그런데 사석에서 만났는데 되게 아줌마스러운 게 있었어요. 계속 수다를 떨고,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집안 얘기를 하고, 그랬었죠. 사실 그런 자리에서 만나면 빈말로라도 '다음에 무슨 작품을 할까?', 뭐 그런 이야길 하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고 '삼시세끼'에 출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놀라운 점은 이런 '차줌마'스러운 모습이 차승원과 오래 함께 한 주변 사람들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다는 데 있었다. 이제껏 미디어를 통해 노출됐던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차줌마'의 모습이 오히려 차승원의 본성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차승원과 무려 13년을 함께한 그의 매니저는, 사람들이 그의 이런 모습에 놀라는 게 오히려 의아하다고 했다.
"촬영을 가서 오래 체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형(차승원)은 꼭 김치를 싸가서 우리에게 직접 요리를 해주셨거든요. '왜 이렇게 잘하시냐?'고 하면 '이런 건 그냥 기본이다'고 했어요. 저희한테는 너무 익숙한 모습인데 이렇게 부각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 아줌마 팬도 급증↑ '내 남편도 저랬으면…'
차승원은 '삼시세끼-어촌편'에 출연하며 많은 게 바뀌었다. 일단 팬층이 한층 두터워져, 남녀노소 모두가 그에게 격한 호감을 표한다. 연기에만 몰두했던 그에게 연기와는 무관한 각종 러브콜도 쏟아지는 중이다. 이에 차승원 소속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걸어가면 '차승원이다' 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붙잡고 사인과 사진을 요청한다"며 "친근해졌다. 아주머니 분들이 특히 좋아해주신다"고 변화된 상황을 전했다.
나영석 PD는 "차승원과 유해진씨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면서도, 볼수록 굉장히 호감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것을 보고자 하는 게 아니라 요리에 능숙하고 정감 넘치는 차승원 씨를 보면서 '내 남편도 저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런 호감들이 더해져 프로그램 시청률 견인의 힘이 됐다"고 평했다.
'삼시세끼-어촌편'을 통해 '차줌마'로 거듭난 차승원이 남은 회차 동안 어떤 독특한 요리를 만들어 내고, 바깥 양반 유해진과는 어떤 호흡을 만들어 낼지가 벌써 기대된다. 또한 연출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차승원의 '줌마 본능'이, 또 어떤 정감어린 장면을 일궈내 보는 이를 훈훈하게 할지 주목된다.
gato@osen.co.kr
'삼시세끼-어촌편'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