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 영화 ‘판도라’ 님비현상 탓에 강원도로?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2.21 18: 40

김남길 김명민 주연 영화 ‘판도라’(박정우 감독)가 우여곡절 끝에 강원도로 베이스캠프를 옮겨 3월 9일 크랭크 인 한다.
 ‘판도라’는 당초 부산과 경남 기장군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할 계획이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첫 삽을 뜨지 못 했다. 그러던 중 이달 초 극적으로 강원도 춘천에 대규모 원전 세트장을 짓기로 하는 등 70%가 넘는 분량을 촬영키로 하며 한숨을 돌렸다.
순 제작비 12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메인 촬영지가 부산과 기장에서 강원도 춘천과 고성으로 급 변경된 건 이 영화가 원전 비리와 사고를 다룬 재난 영화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다.
 ‘판도라’는 강진으로 원자력발전소 냉각 파이프에 뒤틀림이 생기고 냉각수가 유출돼 방사능이 흘러나올 위기에 처하자 원전 직원과 주민들이 이를 막기 위해 의기투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2년 7월 개봉한 ‘연가시’로 451만명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한 박정우 감독의 재난 영화 2탄 격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다보면 누구나 원전 마피아로 한통속인 공무원과 업체 간의 유착, 비리가 연상되고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원전 사고로부터 100%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공포와 경각심이 들게 된다. 그래서 항간엔 이런 불편한 내용 때문에 촬영 후보지였던 지자체가 발을 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영화 촬영지 선정을 놓고 벌이는 일종의 님비현상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제작사와 부산시는 “그런 내용과 무관하게 촬영지가 변경된 것”이라고 말한다. 엑스트라로 출연하게 될 마을 주민들과 출연료 협상이 결렬된 게 주된 이유라는 설명. 하지만 한 스태프는 21일 “영화 줄거리와 원전 세트장 건립을 놓고 기장군 측과 마찰이 계속됐고, 이런 사정을 접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고성군의 도움으로 메인 촬영지가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판도라’ 제작사는 부산영화제 자회사인 CAC엔터테인먼트로 로컬 영화사가 100억대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김남길 김명민이 각각 원전 엔지니어와 대통령으로 출연하며, 정진영 김영애 문정희 김대명 등이 가세한다.
 배우와 스태프들 상견례와 대본 리딩은 모두 마친 상황. 설 연휴가 끝난 뒤 3월 초 고사를 갖고 다음달 9일부터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 ‘부러진 화살’ ‘변호인’에 이어 NEW가 투자 배급하며 12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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