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이 시대의 전설’ 선동렬, 야구박물관으로 들어가다…기념 상패, 훈장, 용품, 앨범 등 500여 점 몽땅 KBO에 기증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5.02.25 12: 24

“혼자만 보면 무슨 재미가 있나요.”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전설 선동렬(52)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30년 야구 세월의 영광과 애환이 서려 있는 각종 기념상패와 훈장, 메달은 물론 글러브, 스파이크 등 야구용품, 앨범, 챔피언반지 등 작은 트럭 한 대 분량의 500여 점을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박물관추진위원회에 몽땅 기증했다. 선동렬 전 감독이 기증한 기념품 등은 질과 양 면에서 개인박물관을 꾸려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한 귀중한 것들이었다. 당연하다. 그의 30년 가까운 선수생활의 ‘빛나는 훈장’이 아닌가. 그의 통 큰 기증은 기념품 기증을 꺼리거나 머무적거리는 일부 야구인들과는 격이 다르다. 
지난 2월 23일 오전, 야구박물관추진위원회 홍순일 위원장을 비롯해 하일, 이상일 위원이 물품 포장 재료를 싸들고 사전에 약속한대로 서울 서초동 선동렬 전 감독의 자택을 찾았다. 군 복무중인 아들과 대학 재학생인 딸이 없는 집안은 아주 조용했다.

선동렬 전 감독이 “여태껏 외부 언론에 공개한 적이 없다”고 했던 진열장에는 그의 영광스런 선수생활의 자취를 뽐내고 있었다. 선 전 감독은 일일이 훈장, 기념품, 대형 사진 등을 설명하면서 위원들의 포장을 거들었다. 
선동렬 전 감독은 자택의 방 하나를 아예 기념품 진열로 꾸며 조명등까지 설치하고 그동안 고이 간직해왔다. 개중에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낡고 떨어진 것도 있었지만 부인 김현미 씨의 세심한 보살핌으로 깔끔하게 정리, 정돈이 돼 있었다. 특히 20여개의 사진 앨범은 1973년 광주 송정리 동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 1999년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마침표를 찍은 ‘선동렬 선수’의 자취가 연대별, 팀별로 고스란히 담겨있다. 
선동렬 전 감독은 자신의 애장품을 야구박물관추진위원회에 아낌없이 넘겨주면서 “내가 계속 가지고 있으려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박물관에다 기증, 많은 분들이 보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서 기증하게 됐다”면서 “집 사람이 좀 서운해 한다”고 웃었다. 한 쪽 벽면에 일부러 짜놓은 진열장 4개에 가득 차 있던 기념품은 지극히 사적인 가족관계 앨범 등을 빼곤 모조리 박물관추진위원회로 넘어갔다. 
홍순일 위원장이 “먼지도 기념이 된다.”고 농을 치면서 꼼꼼히 수거했지만, 그의 이름 앞에 붙어 있던 수식어처럼 ‘국보급’이 수두룩하다. 
선동렬 전 감독은 가장 애착이 가는 기념품으로 1982년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한 뒤에 받은 최우수선수(MVP), 평균자책점 1위, 다승(3승), 베스트9 등의 상패와 기념품을 첫 손에 꼽았다. 
“그 때 받은 상이 나를 알릴 수 있었고, 국내 팬들에게도 강하게 어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다”는 이유로. 선동렬은 당시 최동원, 김시진, 임호균 등 선배 투수들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미국, 일본, 대만전에 등판, 3승을 따내며 한국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끌었다. 
선동렬 전 감독은 기증에 즈음해 기념품을 정리하다가 그동안 눈에 띠지 않았던 1984년 쿠바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최우수방어율상 트로피와 상장도 찾아냈다. 
선동렬 전 감독은 “제일 안타까운 게 그 당시에 찍어 두었던 카스트로 대통령의 사진이 없어진 것이다. 일부러 대만 선수들한테 찍어 달라고 해서 받은 것인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또 선친이 보관하고 있던 초, 중, 고, 대학 시절의 유니폼 등이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유실된 것도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프로 시절은 거의 남아 있지만 아마 시절이 잘려나간 아픔이다.
1999년 주니치에서 은퇴하기 전에 끼었던 글러브는 사인까지 해놓고 보관해오던 것이고 그 때 몇 번 신지 않았던 스파이크도 있었다. 기념품 가운데는 해태 시절인 1994년 후배 이종범, 가수 양수경과 함께 그룹 ‘Two & One’을 결성해 내놓은 노래 테이프 한 개가 눈길을 끌었다. 
야구박물관추진위원회는 2016년 부산 기장군에 들어설 예정인 야구박물관에 ‘선동렬 코너’를 따로 만들어 국보급 투수를 예우할 계획이다. 아울러 명품 슬라이더 등의 선동렬 투구 궤적표 등도 영상으로 남기로 했다. 
글/사진.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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