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분석]캠프 '멘붕'겪는 외인들, 어떻게 다뤄야하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2.26 06: 03

'이건 정신 나간 짓이다.'
KBO 리그에서 활약했던, 그리고 지금은 ESPN 필진으로 일하는 크리스 니코스키가 2009년 KBO 스프링캠프를 처음 접하고 느꼈던 감정이다.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야구 웹진 '베이스볼 타임스'에 칼럼니스트 이준의 한국야구 글이 실렸다. 그는 니코스키, 라이언 사도스키와 인터뷰를 한 뒤 외국인선수의 눈으로 본 한국야구를 소개했다. 외국인선수가 본 한국야구는 그들로서 이해하기 힘든 관습들이 몇몇 있었다. 예를 들어 식당이나 라커룸에 선배가 들어오면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든지, 경기를 앞둔 상대 팀 선수가 라커룸까지 찾아오는 일 등이다.

그 중에서도 니코스키는 스프링캠프 훈련방식 차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2009년 1월 SK에서 처음 접촉을 하면서 '곧바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어봐 놀랐다"고 했다. 메이저리그는 통상 2월 말 캠프가 시작되는데, KBO 리그는 1월 초중순이면 해외로 떠난다. 게다가 니코스키는 "일본에서 전지훈련에 하루 200개씩 불펜투구를 하는 걸 보고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은 300개씩 던지더라. 메이저리그는 선발투수가 많아야 80개 정도만 던진다"고 말했다.
보통 외국인선수가 KBO에 첫 발을 들이는 시기는 전지훈련 시작일이다. 그날부터 그들은 심한 변화와 마주하게 된다.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야구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나름대로 각오도 다졌을테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하는것과 실제로 몸이 겪는 건 다르다. 몇몇 선수들은 여기에서부터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 어떤 팀은 최대한 배려해 훈련 스케줄을 최대한 유연하게 맞춰주지만, 야구는 라커룸에서부터 시작해 그라운드에서 끝나는 종목이다.
올해 역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선수들이 KBO 리그를 노크했다. 최근에는 팀 훈련 개시일에 외국인선수도 현지 합류하는 게 대세인데 1월부터 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 역시 메이저리그와 KBO 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식사문화, 그리고 훈련방식을 꼽는다. 롯데 새 외국인투수인 조시 린드블럼은 양 리그 차이점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빅리그는 가볍게 훈련을 하면서 컨디션을 되찾는 게 목표라면, 여기는 선수 기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문화권에서만 야구를 하다가 한국 야구를 접하면 놀랄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수의 적응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보통은 음식 질문은 한다. '김치 먹을 줄 아는가', '즐겨먹는 한식은 무엇인가' 등이다. 그러면 이들은 판에 박힌듯 '김치는 조금씩 시도하고 있으며 불고기가 맛있다. 한식은 괜찮다'고 답한다. 적응을 위해 음식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훈련방식이다.
한화 새 외국인타자 나이저 모건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대단한 선수다. 올해 한국땅을 밟은 외국인선수 중 최고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모건은 벌써 두 번이나 1군 캠프에서 짐을 싸야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아직 훈련을 소화할만큼 몸 상태가 갖춰지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런데 이를 놓고 한 관계자는 "모건이 김성근 감독의 캠프 훈련 방식을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해서"라고 말한다.
잘 알려진것처럼 한화의 훈련량은 상당하다. 그리고 김 감독에게 훈련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이는 외국인선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모건은 메이저리그에서만 598경기를 뛴 경험많은 타자다. 자신만의 훈련 방식이 있는데, KBO 리그의 훈련방식을 납득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모건이 한화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어느 구단을 갔더라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KBO 리그 기준으로 '자율야구'를 표방하는 팀도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훈련량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제 구단들은 기량이 좋은 외국인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것만큼 적응을 중요시한다. 가능하면 미리 한국이라는 나라를 공부하고 오길 원한다. 롯데가 GSI(Global Sporting Integration)을 통해 외국인선수 3명의 한국적응 교육을 도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런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다. 두산이 잠실 홈런왕 타이론 우즈 길들이기에 애를 먹었던 건 유명한 이야기다. 김인식 감독은 다소 거만해졌던 우즈를 보며 뒷짐을 지고 있었지만, 모 코치가 뒤로 따로 데려가 의자를 집어던지며 '똑바로 안 하면 곧바로 아웃'이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그 뒤로 우즈가 라커룸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빈도가 확 줄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방법을 지금 쓰는 건 옳지 못하지만, 그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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