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맨' 논란, 한국인이 화난 진짜 이유[Oh!쎈 초점]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02.26 10: 04

정말 영화는 영화일 뿐일까.
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버드맨(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3월 5일 국내 개봉)'의 김치 논란에 일부 네티즌이 들끓고 있다.
극 중 주연으로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엠마 스톤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한국 음식을 사랑하는 아이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김치 냄새가 역하다고 소리친다. 물론 아무도 이를 실제 엠마 스톤의 모습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만, '당분간은 내한하지 말아라'는 농담 섞인 반응들도 더러 있는 게 사실이다.

아직 국내 개봉 전이라 대중이 정확히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 논란을 더 크게 만드는 부분인 것 같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해당 장면은 영화의 첫 장면으로, 주인공 리건(마이클 키튼)이 딸 샘(엠마 스톤)과 영상 통화를 하는 신이다. 샘은 리건의 심부름으로 꽃을 사러 갔다. 그 가게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꽃집이나 식료품 점으로 보인다.
그런데 딸의 성격이 온화하지 못하고 괴팍하다. 어딘가 정상적이지 않다. 화난 말투로 무슨 꽃을 사냐고 묻는다. 옆에 한국인으로 설정된 가게 주인이 보인다. 리건은 "향기 좋은 꽃을 사오라"고 주문 하지만, 샘은 "여긴 전부 X같은 김치 냄새만 난다"라고 빈정거린다. 이후 샘이 휴대폰으로 꽃을 보여주고, 한국인 주인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여기에서 크게 두 가지 정보를 제공받 수 있다. 하나는 김치는 역한 냄새가 난다는 것(김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더욱 확실하게), 그리고 엠마 스톤이 연기하는 샘은 부정적인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정보는 영화 논란의 두 축이기도 하다. 
우선 김치 냄새 대사는 사고뭉치로 말을 거칠게 하는 딸이 화가 난 상태였고, 그 신경질적인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반드시 '김치'였어야 할 이유는 없다(이것은 어떤 나라의 음식이든지 간에). 더불어 김치의 냄새에 대한 개인적 불호의 표현이나 지적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인으로 설정된 인물 앞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영화에 보다 깊은 함의를 갖는다. 물론 김치가 한국을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더욱이 과연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영화에서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는 할 수 없고, '보는 사람이 불쾌할 것'이란 반응은 한국이 아닌 미국 현지에서부터 먼저 시작됐다는 것도 짚을 만 하다.
더불어 영화를 일찌감치 본 관객들이 더욱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포인트는 김치 뿐 아니라 동양 문화를 대하는 영화의 전체적인 태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몽골리안'(Mongolian)이 아닌 '몽골로이드'(Mongoloid)로 몽고 사람을 표현한 점이나, 어색한 영어 실력의 일본인 기자를 등장시키는 등 동양인 배우의 과장된 연기 같은 부분이 비난의 연장 선상에 있다.
샘이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 즉 영화 속에서도 그의 캐릭터가 비난받을 만한 인물이란 점을 들어 이런 논란이 과잉됐다는 반응도 팽팽하다. '꼭 해명까지 하는 상황이 우습다', '다른 시선은 배제한 분노', '걸작을 인종차별로만 토론하고 전체적인 주제를 놓친다' 라는 의견 등은 영화를 영화로 이해하자는 분위기다.
그러나 감독들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은 대사 한 줄, 단어 하나를 쓰는데 상당한 고민을 거치는 신중한 예술가들이라고 불리지 않나. 영화가 '전세계 상품'이 된 지 오래인데, 보다 신중한 선택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버드맨'의 경우는 일반 영화와는 다르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좋은 영화인데 봐 주자'란 식의 후광 효과가 더욱 반작용을 키우는 것으로도 보인다.
한편 '버드맨'은 슈퍼 히어로 버드맨으로 인기를 누렸던 할리우드 배우가 예전의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nyc@osen.co.kr
'버드맨' 스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