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홈런왕’ 서튼 코치 조언, “강정호, 경기 즐겨라”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2.27 05: 58

“강정호, 성공하고 싶다면 경기를 즐겨라!”
한국프로야구의 외인 홈런왕과 신인이 10년 뒤 메이저리그에서 타격코치와 선수로 다시 만났다. 기막힌 인연의 주인공은 바로 래리 서튼(45) 코치와 강정호(28,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다.
강정호는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 위치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스프링캠프에서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팀에 합류한 지 2주 만에 강정호는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이다. 아직 언어의 장벽이 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고 있다. 강정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묵묵히 뒤에서 강정호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들도 많다. 대표적인 사람이 래리 서튼 타격코치다. 피츠버그산하 트리플A팀에서 타격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서튼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피츠버그에 합류해 선수들의 타격을 봐주고 있다.
서튼과 강정호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튼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강타자였다. 반면 강정호는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이었다. 2005년 홈런 31개를 때려 ‘홈런왕’에 오른 서튼은 강정호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10년 뒤 강정호가 한국프로야구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면서 둘은 플로리다에서 재회했다. 한국취재진과 만난 서튼은 강정호를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다. 다음은 서튼과의 일문일답.
Q: 반가워하는 한국 팬들이 많을 것 같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A: 내 딸이 7살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플로리다로 이사를 오려고 한다. 현재 플로리다 트리플A에서 타격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Q: 현대시절을 돌이켜보면 어땠나?
A: 한국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정말 좋았다. 현대시절에 나는 미국야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 한국스타일의 야구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스프링캠프를 3달 동안 길게 한다. 그 때 한국의 사우나 문화나 음식 등 모든 것을 선수들과 똑같이 따라했다. 특히 한국음식을 정말 좋아한다. 아직도 한국에 친구가 많다.
Q: 강정호를 처음 본 느낌은 어땠나? 현대시절 베테랑일 때는 신인에 불과했는데?
A: 처음 강정호를 봤을 때 영광이었다. 어린 선수가 날 기억해줘서 좋았다. 이제 강정호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한국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것은 강정호는 물론 한국야구 전체의 영광이다. 정말 재능이 넘치는 선수다. 선수로서 뿐 아니라 좋은 친구다. 피츠버그에서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Q: 강정호가 한국에서 뛴 경험이 메이저리그 적응에 도움이 될까?
A: 물론이다. 외국에서는 야구문화 뿐 아니라 언어, 음식 등 모든 것이 낯설고 다르다. 성공하려면 그런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모든 것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는지 잘 알았을 것이다. 난 한국에서 성공하든 실패하든 계속 훈련을 해야 한다고 배웠다. 한국은 때론 너무 연습이 많았지만, 많은 연습이 완벽한 스윙을 만들었다. 훈련을 많이 하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Q: 강정호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최고의 조언은 다른 선수들에게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하고 경기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야구에서는 즐겨야 한다. 강정호가 타석에서 웃으면서 하는 걸 봤다. 이미 잘하고 있다. 성공을 위한 길을 걷고 있다.
Q: 8년 동안 타격코치를 하고 있다. 코치로서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A: 선수로서는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 최종목표였다. 코치로서 이제 젊은 선수들을 돕는 것이목표다. 젊은 선수들이 조언을 구할 때 도와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미래에서 메이저리그 코치가 되면 좋겠지만 지금은 젊은 선수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
Q: 롤모델이 있었다면 누구였나?
A: 난 현대시절 다른 선수에게 배웠다. 김재박 감독이나 김시진 감독에게 많이 배웠다. 김재박 감독이 참을성을 가지고 날 지도해줬다.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항상 오늘 하라고 하셨다.
Q: 한국 팬들의 열정을 기억하나?
A: 수원의 팬들은 정말 원더풀했다. 항상 팀을 응원해주고 간식을 챙겨줬다. 다른 팀 팬들도 정말 야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보였다. 미국보다 한국이 더 열정은 뛰어난 것 같다. 미국에서는 홈런을 쳐도 그런가보다 하는데 한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Q: 이제 한국프로야구는 10개 구단 체재로 발전했다. 현대가 있던 수원에 10번째 신생팀 KT가 들어섰다. 한국야구의 발전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A: 한국야구가 정말 발전하고 있다. 한국이 WBC 우승하는 것을 봤다. 리그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타자들도 체격이 커지고 있다. 강정호가 야수로서 처음 진출하면서 이제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올 것이다. 윤석민도 기회가 적었지만 재능이 넘치는 투수다. 한국야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Q: 한국프로야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한다면 응할 생각이 있나?
A: 난 새로운 경험에 대해 항상 열려 있다. 한국에 아직 친구가 많다. 내가 한국야구의 해외 스카우트 담당을 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프로팀이 더 발전한다면 스카우트로 날 기용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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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든턴(미국)=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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