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한국 VS ‘버드맨’의 한국[Oh!쎈 초점]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02.28 09: 48

똑같은 배우가 똑같이 한국 음식을 거론했는데 반응이 180도 다르다. 하나는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설정이여서, 또 다른 하나는 한국 음식을 싫어하는 설정이여서 그렇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영화일 뿐이다.
할리우드 배우 엠마 스톤은 지난해 4월 개봉했던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극 중 ‘한국 음식 매니아’로 등장해 한국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오는 3월 개봉하는 ‘버드맨’에선 김치를 ‘역겹다’고 표현하며 국내 네티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그웬 스테이시 역을 맡은 엠마 스톤은 한국 음식 매니아로 등장한다. 극 중 요즘 한국 음식에 빠져 있으며 한국 음식점을 자주 간다는 내용의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는 심심찮게 한글로 돼 있는 음식점 간판들도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엠마 스톤은 본의 아니게(?) 친한파 배우라는 이미지가 생기기도 했다. 물론 실제로도 엠마 스톤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로 일본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났을 당시 “서울, 아리랑, K팝 모두 좋아한다”며 한국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2015년엔 네티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180도 반전된 상황을 맞고 있다. ‘버드맨’에서 그가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됐다. ‘버드맨’은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스타에 올랐지만 지금은 잊힌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분)이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 얼마 전 있었던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엠마 스톤은 극 중 리건 톰슨의 딸 역을 맡아 마약 중독자의 비정상적인 생활을 살아가지만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변해가는 딸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 중 마약에 빠져있던 극 초반, 그가 내뱉은 대사가 국내 네티즌을 분노케 만든 것.
아버지 톰슨의 매니저로도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아버지의 심부름을 위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꽃집에서 “역겨운 김치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한다. 이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장면. 이 대사 때문에 국내 네티즌은 ‘버드맨’이 한국인을 비하했다며 ‘버드맨’을 보지 않겠다는 반응들도 나오고 있다. ‘버드맨’ 측에서 극 중 엠마 스톤이 맡은 캐릭터의 이상행동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사가 엠마 스톤의 진짜 발언이라고 확대 해석하는 경우는 물론 없겠지만, 네티즌은 농담 삼아라도 “한국 음식을 좋아했던 엠마 스톤이 이렇게 말하다니 배신감 느낀다”, “내한하면 안 될 듯”이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버드맨’이 됐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됐든 그저 영화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선 한국 음식을 좋게 말했다가 ‘버드맨’에선 비하했다며 일희일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한국 음식이 좋게 표현됐다면 고맙고 나쁘게 표현됐다면 기분이 언짢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걸로 인해 논쟁이 불붙고 논란이 이는 것은 소모적이다. 단, 영화 속에서 대놓고 한국인 비하를 비롯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면 이는 문제삼을만하다. 하지만 이번 일처럼 하나의 장치로 사용된 대사로 공격을 하는 건 표현예술인 영화에 하나의 제약을 두는 것 아닐까.
trio88@osen.co.kr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버드맨’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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