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시대'-'그레이의50가지', 정사신이 궁금한가요?[Oh!쎈 초점]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3.02 09: 01

닮은꼴 두 영화가 있다. 5일 개봉하는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제작 화인웍스)와 지난 25일 개봉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감독 샘 테일러-존슨, 수입 UPI코리아, 이하 그레이)다. 물론 두 영화의 모양새는 전혀 다르다. '순수의 시대'가 조선 건국 초기 왕자의 난을 중심으로 한 묵직한 사극이라면, '그레이'는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는다. 하지만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 그 표현방식으로 정사신을 택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묘한 '평행이론'을 보여주는 두 작품을 비교해봤다.
#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사신
두 작품 모두 청소년관람불가다. 공통된 이유는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정사신 때문이다. 두 명의 여주인공이 과감한 노출을 감행했다. 대중들이 두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순수의 시대'에서 매혹적인 기녀 가희(강한나)는 장군 김민재(신하균), 왕자 이방원(장혁), 부마 진(강하늘) 등 세 남자와 관계를 맺는다.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관계는 김민재와 가희로, 두 사람의 정사신은 아름답지만 위태롭다. '신경질적인 근육'을 자랑하는 신하균의 몸 자체도 인상적이다. 이방원과 가희의 관계는 관능적으로, 진과 가희의 관계는 위험하게 그려진다.
'그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125분의 상영시간 중 20분 이상이 정사신이 할애됐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전반부 주인공 그레이(제이미 도넌)와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의 관계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후반부에선 그레이의 독특한 취향을 설명하기 위해 수갑, 채찍, 넥타이 등 등장한다. '러브 미 라이크 유 두' '크레이지 인 러브' 등 정사신과 맞물려 등장하는 감미로운 OST가 인상적이다.
# 하지만 아쉬워
아쉬운 것은 섬세한 감정 묘사다. 관객이 인물들의 감정을 공감할 때, 정사신은 긴장감 자아내며 더욱 빛난다. '색,계'(2007)를 보며 관객들이 두근거렸던 까닭은 두 주인공의 위험천만한 상황에 보는 이들도 몰입했기 때문이다.
'순수의 시대'에선 인물들의 감정들이 투박하게 그려진다. 시나리오에는 일련의 과정들이 존재했다고 하나, 화면으로 보이는 가희에 대한 김민재의 심경 변화는 다소 갑작스럽다. 김민재는 이후 고집스러운 순애보를 보여주는데, 신하균은 진부할 수 있는 캐릭터를 다차원적으로 끌어올렸다. 그가 왜 '하균신'(연기력이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뜻)이란 애칭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
'그레이' 원작의 특징은 유치함과 선정성이다.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로 "이런 여잔 네가 처음이야" "난 위험한 남자야" "나는 50가지 그림자로 얼룩져 있어" 등 남자주인공의 대사가 실소를 자아낼 정도. 하지만 여성 독자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핀 원작 소설 속에 비해 영화의 정사신은 상대적으로 점잖다. 결정적인 순간 뒤로 물러나는데, 일부 관객들은 프랑스에서 12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이유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그래서 흥행은?
먼저 개봉한 '그레이'는 국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줄곧 박스오피스 중위권에 머물며 지난 28일까지 누적관객수 19만8,327명을 기록했다. 북미에서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전 세계적으로 개봉 3일 동안 약 2억 4천만 불 수익을 거둔 것과 비교된다. 국내에서의 미지근한 반응과 달리 주연 제이미 도넌과 다코타 존슨은 스타덤에 올랐다.
'순수의 시대'는 오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흥행을 장담하기엔 경쟁작이 쟁쟁하다. 현재 박스오피스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고, 같은 시기 김수미 주연의 코미디 '헬머니',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버드맨' 등이 개봉한다.
jay@osen.co.kr
'순수의 시대' '그레이' 스틸컷.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