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함덕주 "1~2이닝 확실히 막겠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3.04 05: 54

함덕주(20)는 지난해 두산 베어스가 6위로 추락한 가운데 건진 유일한 수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1경기에서 26⅓이닝을 던지며 거둔 4.44의 평균자책점은 타고투저 시즌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7월 31일 사직 롯데전에서 2이닝 6실점한 것을 빼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2014 시즌 함덕주를 더 잘 보여주는 기록은 평균자책점보다는 WHIP(1.37)이다.
프로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예이기에 부쩍 커가는 것도 느껴질 정도다. 함덕주는 “(운동을) 꾸준히 했을 뿐이다. 잘 하려는 것보다 제구에 신경을 썼고, 강한 공보다 타자를 어떻게 상대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힘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상대에 따라 변화구도 섞고, 캠프 기간이라 어떨 때는 빠른 공만 던져보기도 한다. 왼손타자에게는 몸쪽 공도 던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많이 던졌다”고 말한다.
돌풍을 일으킨 시즌이었지만, 시작은 1군 캠프가 아닌 퓨처스 팀의 대만 캠프였다. 애리조나와 미야자키를 오가는 1군 전지훈련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퓨처스 팀에서는 나이가 다 어려서 친하고 편했는데, 1군에서는 처음엔 눈치도 많이 봤다. 지금은 다 적응됐다. (이)현승 선배님과 (유)희관이 형이 왼손 타자 상대하는 법과 카운트별 승부 요령을 많이 알려주셨다”는 것이 함덕주의 설명.

김태형 감독은 입단 이후 멈추지 않고 계속 성장한 함덕주를 셋업맨이 될 후보로 놓고 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가장 좋은 투수들에 대해 언급하며 김 감독은 김강률과 함덕주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둘은 이번 전지훈련의 MVP와 우수투수상을 각각 나눠가졌다.
마무리 1순위 후보 윤명준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만약의 경우에는 임시 마무리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명준이 실전 등판을 하지 못하는 동안 함덕주는 일본 팀과의 경기에서 마무리를 맡았고, 김강률은 자체 청백전에서 마무리를 담당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24일 오릭스 버팔로스전을 마치고 “함덕주를 연습경기 마무리로 계속 기용하는 이유는 현재 팀 내에서 제구와 공의 위력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선 불펜에 남는 것만은 확실하다. 함덕주는 “이기는 상황에 나가면 좋다. 1~2이닝을 확실히 막아줄 수 있는 선수, 불안함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1군에서 풀타임으로 시즌을 보낸다면 5~60이닝 정도 던지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지금과 같다면 팀이 최소 50이닝을 맡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난 시즌 좌타자 위주로 상대했지만 우타자와의 대결도 문제없다는 생각이다. “결과는 왼손을 상대할 때가 더 좋았지만 오히려 오른손 타자가 더 편하다”는 함덕주는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가다듬고 있다. 속도와 각도가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지만, 보완되면 타자와의 승부에서 더욱 큰 힘이 생긴다. 그러면 슬라이더만큼 자주 던지지 않는 체인지업과 커브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젊은 투수인 만큼 의욕이 충만할 텐데도 절제할 줄 아는 것이 함덕주가 가진 미덕 중 하나다. “잘 하는 것보다 계속 1군에만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함덕주가 “나는 잠도 많은 편이라 야간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할 때는 어린 투수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 선수의 어깨에 두산의 불펜이 달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리지만도 않다. 불펜의 주축으로 자라나고 있는 함덕주는 벌써부터 두산의 일부를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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