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개훔방' 작가 크레딧 두고 공방..'시나리오 누구꺼?'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3.04 08: 48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이 작가 크레딧을 두고도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연식 감독으로부터 '개훔방'의 시나리오는 자신이 쓴 것이 그대로 영화화됐음에도 작가 크레딧에 이름을 추가했다는 지적을 받은 김성호 감독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77개의 OX퀴즈를 내며 '아래 내용 중에 단 하나라도 신 감독님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말씀해달라'고 공개 질의했다.
그는 "정말 한 개라도 있으면 신 감독님 원하시는 대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각본 크레딧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고 제작사에 의뢰하겠다. 하지만 위의 내용 중 신 감독님 아이디어가 단 하나도 없으시다면 신 감독님이 보도자료에서 말하신 '저의 시나리오에서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다'라는 말은 거두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질문지에 있는 모든 설정과 내용은 신 감독님의 시나리오에도, 바바라 오코너의 원작 소설에도 없으며 지난 2011년 제작사와 각본가로서 각본계약 이후 4년 동안 고민하고 작업했던 저의 아이디어들이다. 신 감독님 말씀대로 작년 초, 촬영 전에 두 사람의 크레딧이 나란히 있음을 알려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개훔방'이 개봉한 지 62일, 종영을 앞두고 영화의 시나리오가 '거의 달라진 게 없는 본인만의 시나리오'라고 불현듯 체감되셨다면, 크레딧에서 제 이름을 빼라고 '감독 본인'인 저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하지 마시고 제작사에게 전화라도 해서 당당하게 요청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감독님은 제작사 겸 배급사 대표라 자신의 크레딧을 맘대로 빼고 넣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계약상 일개 ‘을’이라 크레딧을 빼고 넣고는 내 권한 조차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따로 첨부한 질문지를 통해 '노숙자가 피자 쿠폰을 주는 건 신 감독님 아이디어입니까?' 등의 OX 퀴즈를 냈다.
앞서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상영관 배정 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큰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최근 독립영화 '조류인간'의 신연식 감독으로부터 독립영화의 공간을 빼앗았다는 비판과 더불어 신연식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그대로 영화화해놓고 작가 크레딧에 김성호 감독을 이름을 넣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감독은 앞서 공식 입장을 통해 "'개훔방'의 시나리오는 4, 5년 전에 내가 쓴 것이다. 내가 제작사와 이견이 생겨 작품에서 빠진 이후, 김성호 감독이 찾아와 저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완성된 작품은 저의 시나리오에서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으며, 이는 김성호 감독이 촬영직전에 저에게 보낸 메일에 스스로 확인한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이 작가로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고, 심지어 여러 인터뷰를 통해 원작에 없던 여러 설정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이야기 했다. 이는 창작자로서 부끄러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과정상의 실수라고 믿고 싶다. 극장 개봉 이후라도 작가 크레딧에서 감독의 이름을 빼줄 것을 감독 본인에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 공방을 지켜보는 영화계는 씁쓸하다. 영화계 다양성을 위해 모두 각자의 몫을 하고 있는 두 감독이 점차 사적인 대립으로 변질돼가는 것 같다는 의견. 무엇보다 영화계 다양성을 해치는 멀티플렉스 문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을 간의 전쟁으로 축소되진 않을 것인지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작가 크레딧 역시 창작자에게 매우 중요한데, 그동안 시나리오가 여러 작가와 감독을 거치면서 불분명해지는 '관례'도 있었던 만큼 크레딧을 중재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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