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여고’ 김소혜 “동성애 키스신, 민망했냐고요? 전혀요”[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03.05 08: 11

JTBC 청춘학원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두 여고생의 키스신, 파격적이고 충격적이었다. 고등학생 동성애 소재 자체를 드라마에 등장시키는 것만으로 화제가 될 만했지만 더 나아가 과감한 스킨십을 그렸고 예상대로 파장은 컸다. 방송 후 ‘꼭 넣어야 하는 장면이었나’라는 입장과 ‘비난받을 이유가 있나’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동성애 키스신을 소화한 배우 김소혜 또한 해당 장면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김소혜는 극 중 은빈(강성아 분)과 비밀스럽게 사랑을 나누는 수연 역을 맡아 열연했다. 국내 드라마에서 여성 간의 키스신을 그린 것은 ‘선암여고 탐정단’이 처음이었고 그만큼 시청자들이 느끼는 충격의 정도는 컸다.
“외국에서는 동성애 소재를 많이 다루는데 국내에서는 처음이라 당황하고 놀라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해요. 동성애 여고생의 키스가 충분히 놀랄 수 있지만 연기할 때는 그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팠어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고 그 사랑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힘든 그 마음이 안쓰러웠어요. 동성애를 보는 입장과 당하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절충했어요. 어느 게 맞다고 할 수 없는 문제지만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이번 이슈로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생의 동성애에 대해 알았어요.”

김소혜는 2007년 드라마 ‘히트’ 이후 뚜렷한 연기활동이 없었다. 그러나 8년여 만에 ‘선암여고 탐정단’로 복귀했다. 그리고 복귀작에서의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강렬하게 남을 만했다.
“오랜만에 복귀작 치고 연기 임팩트가 컸는데 이렇게 이슈가 될 줄 몰랐다. 역할에 의의를 두지 않고 복귀작에서 좋은 여기를 보여드리자는 생각을 하고 연기에 임했어요. 캐릭터 자체도 연구를 많이 했고 이번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이 안타까운 사연을 이해해줬음 좋겠다는 생각에 수연 입장에서 연기하려고 했어요.”
여자를 사랑하는 여고생 캐릭터, 자연스러운 동성애 연기 모두 강렬했기 때문에 김소혜의 복귀에 응원하는 지인들도 있었고 김소혜의 정체성을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해할 만 했다. 김소혜는 강성아와의 키스신이 논란으로 이어질 만큼 리얼하게 소화했기 때문.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를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어서 대견하고 행복하다고 했어요. 타지에 있는 친구들은 머나먼 곳에서 응원한다고 하고. 그러면서 ‘진짜 아니지?’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동네 절친 어머니께서 오해하시더라고요. 단짝 친구인데 밤늦게 만나기도 하는데 친구 어머니가 친구에게 전화해서 일찍 들어오라고 하시면서 ‘너무 리얼하던데 아니지?’라고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었어요. 어른들 입장에서는 당황하셨나 봐요. 그런데 제가 우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아팠다고 해주셨어요. 오해도 관심의 일부라 감사해요.(웃음)”
사실 김소혜가 처음 오디션을 본 역할은 은빈이었다. 그러나 유정환 감독과의 미팅 후 수연 역할을 제안 받았고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출연이 결정됐다. 유정환 감독은 김소혜가 수연 역할을 제대로 해낼 거라고 생각, 그의 역량을 믿고 수연 역할로 발탁했다. 그리고 김소혜는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감독님이 저한테 수연이라고 했어요. 저도 그런 것 같다고 했죠. 그런 후 감독님이 ‘수연아 한 번 잘 해보자’라고 하셨어요.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고 멍해졌어요.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이 돼서 대본을 수백 번 읽었어요. 정말 열심히 했어요. 키스신은 애절하게 슬픈 입맞춤을 하는 잔잔한 느낌이었어요. 제가 감정적으로 다가갔고 그 친구(강성아)가 리액션을 잘해줬어요.”
그러나 키스신을 하기까지 김소혜는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 보통 드라마에서 남녀배우가 키스신 촬영 전에 만나 서로 인사하고 역할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나서 키스신을 찍어도 민망한데, 동성 간의 키스라면 더더욱 여러 번 만나도 민망할 상황인데도 김소혜는 상대배우를 촬영현장에서 만나 바로 키스신을 소화했다.
“수연 역할이 확정되고 은빈 역이 뽑혔냐고 물어봤어요. 아무래도 친해져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촬영 전날 은빈 역의 배우가 정해져서 현장에서 처음 봤고 곧바로 키스신을 했어요. 그래서 민망하고 부끄럽고 힘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편하게 지내자고 하고 호흡도 맞춰보고 예쁜 동생이라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촬영 전에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있었죠. 그런데 감독님의 사인이 떨어지면 머릿속이 정리가 되고 은빈만 눈에 들어오면서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수연이라는 친구가 현실에 존재하면 그렇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그런 감정에만 집중했어요.”
그러나 해당 장면은 생각보다 크게 화제가 됐다. 방송 다음 날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에 ‘선암여고 탐정단’이 하루 종일 올라있었고 기사는 쏟아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안건상정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성인인 동성의 키스가 아니라 청소년 동성의 키스인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물론 여고생들의 키스신이 충격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같은 내용은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그만큼 청소년 동성애는 학생들 사이에 고민거리이고 임신, 왕따, 부정시험 등을 리얼하게 그려왔던 ‘선암여고 탐정단’이 과감하게 다뤘다.
“키스신이 논란이 되거나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사람들마다 관념과 사상이 다르니까요. 그러나 청소년은 현재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수연과 은빈은 헤어짐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그 장면에서 은빈을 붙잡으려고 하는 수연의 안타까운 마음에 초점을 맞춰서 최대한 감정을 잡아 연기했죠. 청소년들이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고 감정표현을 극단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표현하는, 감정에는 솔직한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논란이 되고 화제가 된 만큼 김소혜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았다. 8년여만의 복귀작에서 이 같은 관심을 받은 것은 성공적이다. 그러나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로 고민이 많아졌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터닝 포인트예요. 제 인생에 있어 빛과 같은 존재고 강한 복귀작이었어요.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해요. 생각보다 저를 기억해주는 분이 많았어요. 배우로서 앞으로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할지, 그리고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절대 흔들리지 말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생각이에요. 밤에 잠도 잘 못자요. 앞으로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맡은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기반을 잘 닦아야겠어요.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소혜는 인터뷰 1시간 동안 감탄을 자아낼 만큼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표현력 또한 풍부했고 연기자로서 자신의 목표가 뚜렷했다. 이뿐 아니라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창작자로서의 목표가 뚜렷했다. 김소혜, 연기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는 배우였다.
“배우로서 크게 욕심이라기보다는 지금 이대로 멈춰있지 말자는 생각이에요.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서 얼마나 걸리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 스스로 기반을 닦고 노력해서 조금씩이라도 올라서서 보여드리자는 게 연기자로서의 목표예요. 창작자로서의 목표는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글을 쓰는 것에 대해 행복감을 느끼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틈틈이 연습하고 있어요. 제 글을 읽고 ‘재미없어’라고 할지언정 제 글을 읽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kangsj@osen.co.kr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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