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이선호의 야구산책]진짜 시험대 오른 서른살 윤석민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처음부터 KIA는 윤석민을 놓지 않았다.  그가 2014년 2월 FA 자격을 얻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할 때부터 윤석민의 복귀를 상정했을 것이다. 윤석민은 2014시즌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했고 트리플 A 노폭 타이즈에서 한 시즌 동안 부진했다. 그것이 KIA에게는 또 다른 기회였다.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지 못한 채 조기 귀국하자 그때부터 복귀 시나리오는 가동됐다.  훈련장소가 마땅치 않은 윤석민에게 휴가 마무리 캠프 참가를 권유했다. 윤석민은 주저했다. 왜냐면 '사전접촉'이라는 그물망에 걸릴 수 있었다. 에이전트와 논의를 했고 별문제 없이 훈련 할 수 있었다. 대신 조용히 훈련 했다. 
 
취재기자들이 마무리 캠프에 찾아오면서 윤석민은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윤석민은 인터뷰를 주저했다. 자신의 거취를 둘러싸고 또 다른 억측이 나올 수도 있었다. 캠프 막판에 인터뷰에 응했지만 1년 간의 미국생활을 이야기했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런 그에게 한국복귀를 꺼낼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쩌면 돌아올 수 있겠다는 분위기는 감지됐다.
 
해를 넘겨 1월 말 벅 쇼월터 감독이 윤석민을 메이저리그 캠프에 부르지 않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때 한국 복귀의 가능성이 생겼다. 아마 그때 윤석민은 마음 속으로 국내 복귀를 결정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에게는 재도전 기회 조차 주지 않는 냉정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것이 미국이구나"라고 절감했고 구단에 정식으로 방출 요청을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허영택 단장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윤석민을 영입을 결정지었다. 그는 야구단 단장이지만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전무이사이다. 고위급 책임자가 직접 찾아오자 윤석민은 고마웠다. 국내 복귀를 결심한 첫 번째 명분으로 작용했다. 구단은 FA 사상 최고액인 90억 원 짜리 계약서를 제시했다.
 
윤석민의 가세로 KIA 마운드의 힘이 달라질까? 팬들은 155km짜리 강속구와 140km대의 고속 슬라이더 등 무시무시한 볼로 투수 4관왕을 차지했던 2011년의 윤석민을 생각한다. 속절없이 무너진 KIA 마운드의 재건을 기대할 것이다. 작년 가을부터 충실한 훈련 덕택에 활약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기대감은 높지만 아직은 전망일 뿐이다. 
 
더욱이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도전 실패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90억 원 계약에 대한 거품 논란이 그를 겨냥하고 있다. 계약금 40억원, 연봉 12억5000만원. 입어 벌어지는 금액이다. 그래서 그를 보는 시선에는 "과연 90억의 가치를 실현시킬까?"라는 질문이 담겨있다. 역대 최고액 FA 선수에 대한 당연한 질문이다. 평가치는 오로지 그의 성적표에 따라 결정된다.
 
윤석민은 자신을 향한 기대와 복잡한 시선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느 해보다도 잘하고 싶다. 현재 윤석민의 전투력을 수치화한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일 것이다. 그는 휴식일 이었던 8일 함평 훈련장에 나오더니 불펜 투구까지 했다. 그가 어떤 마음인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어쩌면 그는 진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미국에서 복귀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오현표 운영실장은 이런 말을 했다. "지난 1년 동안 고생해서인지 많이 성숙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함평 훈련장에 경기차 찾아온 이건열 동국대 감독이 반가운 마음에 윤석민에게 나이를 물었다. "우리나이로 서른 입니다". 이 감독은 "벌써?"라며 깜짝 놀랐다. 그렇다. 윤석민은 또 한번의 시험대에 오른 서른 살 투수이다.
 
OSEN 야구부장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