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풍문’, 유준상 코믹연기만 봐도 한시간 후딱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3.10 08: 20

배우 유준상이 분명히 우는데 보는 사람은 재미가 가득한 코믹 연기를 펼쳤다. 값비싼 정장을 입고 지질하게 휴지를 감싸고 우는 한정호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손자를 안아보고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함박웃음을 짓는 인간적인 행동까지 한참을 웃게 만들었다.
유준상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상류층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한정호를 연기하는 중. 아들 한인상(이준 분)이 서민 집안인 서봄(고아성 분)과의 하룻밤으로 아이 아빠가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놓인 인물이다. 초반 정호는 뭔가 움직임이 어색하고 말도 딱딱 끊어서 하는 인물이었다. 대한민국의 정계와 재계를 움직이는 로펌 대표 변호사라는 설정에 맞게 행동 하나 하나에 각이 잡혀 있는 ‘로봇’을 보는 듯 했다.
극이 전개될수록 의외로 단단하지 않은 껍질이 부서지면서 정호의 여린 속살이 드러나고 있다. 인상의 머리를 콕 쥐어박고 싶은 지질한 매력은 아빠 정호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허당 매력이 넘치는 붕어빵 부자인 것.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인상은 처음부터 허점이 가득했고, 정호는 조금씩 진짜 모습이 나오고 있다.

제작진은 정호의 이 같은 위선에 가려 있는 인간적인 허점을 웃음 장치로 활용하고 있는 중. 유준상은 이 같은 변화를 미리 알고 있었던 듯 차근차근 수긍 가능하게 연기를 했다. 정호가 초반 어딘지 부자연스러워 보였던 것은 모두 계산된 연기였던 것. 지난 9일 5회가 방송된 이 드라마는 솔직한 행동과 거리가 먼 정호의 인간적인 면모가 와장창 발견되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허례허식을 잠시 거둬두고 휴지를 부여잡으며 눈물을 쏟거나 그토록 존재 자체가 싫었던 손자를 안아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실컷 귀여워하다가 아기가 대변을 보자 냄새가 난다며 질색하는 나이만 들었지 어떻게 보면 아들 인상만큼이나 철딱서니가 없는 정호의 이중적인 매력은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뼛속까지 특권의식에 젖어 있고 위선이 가득한 인물이지만 손자를 사랑하고 자신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사실에 눈물을 쏟는 연약한 행동은 정호를 정감가게 했다. 철저한 ‘갑’ 마음가짐인 정호를 연기하며 상류층 풍자의 묘미를 살렸던 유준상은 5회에서 절제된 코믹 연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이미 초반 딱딱한 분위기에서도 분노를 칼집 쥐는 것으로 표현했던 이 귀여운 아저씨 정호는 어느새 유준상이라는 배우를 잊게 만들었다. 코믹 연기도 과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맛깔스럽게 연기하며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정호라는 인물에 몰입하게 했다. 밉상이지만 자꾸만 애정을 쏟게 되며 유준상의 연기가 시선이 간다.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 물정 모르고 곱게만 자란 정호, 이 사랑스러운 중년 아저씨를 연기하는 유준상의 뛰어난 연기력이 ‘풍문으로 들었소’의 인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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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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