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압구정' 임성한을 비난할 수는 없다?[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3.25 07: 39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 임성한 작가는 인기가 아니고 논란을 먹고 산다. 온갖 '막장' 관련 수식어는 다 달고 다니지만 드라마 시청률에 관한 한 흥행 보증수표다. 인터넷 상의 네티즌 여론과 드라마 본방을 사수하는 시청자 선호도 사이에 실제로는 넓고 깊은 계곡이 존재하는 걸 입증하는 게 바로 '안티 작가' 임성한이 사는 법이다.
다른 건 무시하고 시청률 지표만 따져보자. AGB닐슨 집계에 따르면 '압구정백야'는 24일 방송분을 갖고 전국 시청률 15.9%를 기록했다. 오후 8시 54분 부터 30여분 동안의 프라임 타임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MBC가 주위의 어떤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나 몰라라' 임성한 작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 지상파 3사 드라마들의 시청률 성적표는 참혹하기 그지없다. 현빈 등 초호화판 톱스타를 캐스팅하고도 10%를 넘기기는 커녕 3~4% 애국가 시청률을 받아드는 세상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해 전파를 탄 지상파 드라마의 꽃이라할 수 있는 미니시리즈 35편 가운데 10% 벽을 넘지못한 작품이 무려 8편이나 나왔다. 이쯤되면, '압구정백야'의 15.9% 성적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얼추 가늠할 수 있다.  

임 작가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높아질수록 덩달아 시청률도 올라가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같다. 이날 KBS 1TV 같은 방송시간대 일일극 '당신만이 내사랑'은 29%를 기록했고, KBS 2TV 오후 7시50분 일일극 '달콤한 비밀'은 20.1%를 기록했다. 농어촌 장년층 이상에서 확실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KBS의 저녁 시간대 일일 드라마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압구정백야'가 밀리는 형국이다.
결국 오랫동안 막장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써온 임 작가는 자신만의 팬덤을 보유했고 이를 토대로 안정된 시청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 작가는 팬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특유의 막장 공식을 더욱 발전시키는 중이고, 방송사 측은 질풍노도의 드라마 시장에서 일정 시청률을 보장하는 임 작가에게 기대는 것일테고.
임 작가는 전작 ‘오로라공주’ 등장 인물들의 연쇄 죽음 또는 떼죽음, 레이저 눈빛 등으로 막장 신소재를 내놓은 데 이어 '압구정'에서는 조카 백옥담을 연예계 무명 배우에서 일약 안티 스타로 발돋움 시키는 신기를 선보였다.
'압구정' 속 육선지(백옥담 분)은 한 마디로 '으악' 캐릭터다'. 신혼 첫날 밤 뜬금없이 걸그룹 EXID의 '위 아래' 춤을 추며 첫날 밤을 추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고, 섹시 미녀와는 거리가 먼 스타일임에도 심심찮게 몸매 노출에도 신경 쓴다.  역시나, 임 작가에 대한 찬반 여론이 분분한 만큼이나 백옥담도 '병맛 코드의 재미' 또는 '작가의 조카 띄우기'라는 양극단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임 작가는 B급 호러와 에로의 짬뽕 드라마를 지상파에서 선보여 나름 한 가지 장르를 개척한 게 분명하다. 시청자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콩가루 집안 내 갈등과 복수, 로맨스, 불륜 등에 신내림까지 다른 작가들이 꺼려하는 소재들을 주저없이 쓰면서. 이같은 임 작가의 드라마를 소비하는 15.9%의 시청률이 계속되는 한, 방송국 내에서는 아무도 대놓고 임 작가를 비난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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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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