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다시 태어난 ‘한국경찰사’, 현역 경찰 이윤정 씨가 펴내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5.03.26 10: 31

올해는 한국경찰이 창설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한국경찰사도 그 나이에 걸맞게 사료에 바탕을 둔 실증적인 연구에 의해 기술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즈음이다.
과연, 한국의 근대경찰은 어떻게 탄생, 성장했는가. 대한제국기 순검은 어떻게 근무했고, 일제강점기 경찰상(警察像)은 무엇인가. 해방 후 미군정은 어떠한 경찰의 모습을 추구했는가. 한국 경찰의 허(虛)와 실(實)을 실증적으로 볼 수 없을까.
지금까지 이루어진 한국경찰사에 관한 연구결과는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같은 질문에 최근 현역 경찰인 이윤정(50) 씨가 펴낸 ‘한국경찰사(근대 이전, 근․ 현대 편 2책. 소명출판, 2015년)’가 충실한 답변을 내놓았다. 

‘한국경찰사’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경찰사를 우리 역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기술한 통사서(通史書)이다. ‘경찰의 개념의 형성’,  ‘경찰기관의 설치· 발전과정’, ‘경찰 활동의 변천과 사회적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 방대한 연구 결과를 집대성했다.
여태껏 ‘한국경찰사’는 대부분 경찰기관이 발간해 경찰의 활동과 공적 기록 등을 중심으로 기술돼 있었다. 개인이 발간한 서적도 1979년 이현희 교수 저서 이후 전혀 증보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윤정 씨가 내놓은 ‘한국경찰사’는 원시사회의 경찰활동부터 근대경찰의 탄생, 그리고 오늘날 모습까지 역사학적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했다. 이 책은 특히 고려 ‘현위’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한국전쟁 직후 경찰의 야포 운용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은 한국경찰사를 근대 이전 편과 근․ 현대 편으로 나누어 다루었다. 근대 이전편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의 갑오개혁 때까지 한국사의 흐름에 따라 경찰의 변천을 기술했다. 특히 지금까지 경찰학계에서 고려시대 ‘현위’가 오늘날 경찰서장으로 알려져 있던 것을 고려사, 고려사절요, 세조실록 등에 나와 있는 사료를 분석해 치안 임무를 부수적으로 수행했던 군사적 성격이 강한 지방 관직으로 재정립했다.
근현대편에서는 갑오개혁 이후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그리고 대한민국 경찰까지의 변화를 100여장에 이르는 사진자료와 함께 풀어놓았다.
이들 사진자료 대부분은 최초로 공개되는 희귀한 자료들이다. 그 가운데 1898년 경찰서에 제출한 고소장, 경찰서장을 임명하는 대한제국 황제의 칙명, 한글판 경무휘보, 일제강점기 수탈 경찰자료, 일제경찰 간부, 미군정기 경찰 헬멧 제작도, 해방 후 최초 경찰잡지, 태극기를 일제 99식 소총에 건 경찰관, 전시 경찰관 수첩과 내지(內紙) 등으로 박물관에 진열해도 아무 부족함이 없는 자료들이다.
특히 지금까지 미군정기 한국인 경찰간부들이 일제강점기 경찰경력이 있는 자들이었다는 것만 알려져 있으나, 필기시험을 쳐서 잔류 또는 승진시켰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찰 시험문제가 있었다.
한국전쟁 직후 경찰이 야포를 실제 운용하거나 노획무기로 훈련하는 장면과 1954년 발표된 동요 ‘고마운 순경’과 경찰행진곡 ‘민주경찰행진곡’의 악보 등은 당시 시대상을 상세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 이같은 자료들은 이 책에 별도로 ‘사료(使料)로 보는 경찰사’라는 소제목으로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이 책의 저자인 이윤정 전 경찰교육원 교수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경찰교육원 경무학과에서 근무하면서 한국경찰사를 강의했고, 경찰대학 외래 교수로도 출강했다. 올해 1월 경찰 정기인사에서 일선 현장으로 발령받아 현재 전북 김제경찰서 생활안전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경찰이 근대이전에서는 선사시대의 ‘질서유지 활동’이 시간이 가면서 군사경찰, 정치경찰, 치안경찰로 혼재되어 발전했고, 근현대에서는 일제식민지 때는 경찰이 식민지통치를 효과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된 채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해방 이후에도 한국 경찰은 여러 정치적 조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는 “정전이후 이어진 분단체제 하에서는 냉전체제 하에서 발현된 남한 사회의 극단적 반공주의에 입각하여 국민들을 통제하는 데 적극 활용됐다”면서 “그러나 경찰당국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새로운 경찰상(警察像) 정립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그간 꾸준히 지속되었던 민주화 운동의 결실로 오늘날의 경찰이 정립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저자 스스로 밝혔듯이 이 책은 통사의 한계는 있지만 특히 근대사 이전 자료를 해체하겠다는 각오로 기존 자료들을 다시 정밀 검토해 기술했고 빠진 부분이 있으면 추가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산물이다. 
저자인 이윤정 씨는 “경찰의 ‘활동(活動)’ 이 오늘날 말하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체로서, 주권자인 시민을 위하여 때로는 명령· 강제 등 권력적 수단이나 수사권한을 동원하여 법을 집행하고, 때로는 서비스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 어떻게 정착되었는가를 고찰하는 것은 한국사 연구의 한 부분으로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자인 이윤정 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 프랑스 파리12대학교에서 현대문학 석사(1992)와 유럽교류학 석사(1994)를 받았고, 성신여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한국경찰사 전공)을 수료했다.
논문으로 ‘해방 후 경찰잡지 개관-대표적 경찰잡지-민주경찰을 중심으로(2013)’와 ‘근·현대 경찰교과서의 변천(2013)’ 등이 있다. 이윤정 씨는 근대서지학회가 발간하는 ‘근대서지’ 등을 통해 ‘해방 후 경찰잡지 개관’을 발표하는 등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한 경찰사 재조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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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소명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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