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젊은 피, ‘IF'를 지워라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3.27 07: 15

젊은 선수들에게 2015시즌 스타트가 달렸다. 이들이 해내면, LG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는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지난겨울을 돌아보며 후회의 한 숨만 깊어질 것이다.
LG 트윈스가 개막 엔트리를 확정지었다. 스프링캠프 첫 번째 과제였던 4·5선발투수로 임지섭과 임정우를 낙점했고, 최승준이 주전 1루수로, 양석환이 백업 3루수로 2015시즌을 맞이한다.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플랜 A·B·C를 세웠다. 일단은 첫 8경기(KIA 광주 2연전, 롯데 잠실 3연전, 삼성 잠실 3연전)가 중요하다. 여기서 5승 이상을 거두면, 상위권 진입을 향해 달린다. 4승 이하라면, 오버페이스를 피하며 5할 승부에 초점을 맞춘다. 임지섭 임정우 최승준 양석환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노선이 바뀐다.
▲ 2년 연속 외부 FA 빈손...임지섭·임정우가 해낼까

“5년 후에는 장원준을 데려오지 못한 게 잘 됐다고 느낄 것이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12월 투수육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록 특급 FA 장원준을 영입하지 못했지만, 젊은 투수들의 성장으로 전화위복을 이룰 것을 강조했다. 당시 양 감독은 “장원준이 정말로 탐이 나긴 했었다. 나를 잘 아는 선수인 만큼, 팀에 융화되는 것도 빨랐을 것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나를 아는 선수가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면서도 “그래도 괜찮다. 잡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우리 투수들 모두 선발투수 두 자리가 비었다는 것을 안다. 그만큼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웃었다.
4개월이 지났고, 경쟁을 통해 임지섭과 임정우가 자리를 꿰찼다. 이들이 올 시즌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다면, LG는 매일 계산이 서는 경기를 할 수 있다. 당장 장원준과 같은 활약을 기대할 수는 없다. 양질의 불펜진이 뒤에서 버티고 있는 만큼, 경기 중반까지 흐름만 상대에 빼앗기지 않으면 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2년차 임지섭의 1군 경험은 14⅔이닝이 전부다. 지난해 5월부터 류택현 코치와 투구폼 교정 작업에 들어갔고, 올 시즌 처음으로 프로무대에서 선발투수로서 풀타임을 보내려 한다. 아직 자신 만의 루틴도, 컨디션을 조절하는 노하우도 없다. 구위는 막강하나, 제구와 퀵모션에선 보완이 필요하다.
임정우는 선발과 불펜의 성적 차이가 크다. 불펜에선 평균자책점 1.56을 찍은 반면, 선발투수로 나왔을 때는 6.52로 부진했다. 시범경기서도 선발 등판 징크스를 시원하게 깨뜨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1, 2년 후에 정우가 선발투수로 가줘야 팀이 강해진다고 본다”며 임정우가 선발투수로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LG는 FA 영입을 통해 막강 선발진을 만들려고 했었다. 우규민·류제국과 함께할 토종 10승 트리오를 계획했다. 2013년 겨울에는 FA 자격을 얻은 장원삼을 염두에 뒀다. 선수들 사이에 “장원삼 영입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런데 원 소속팀 삼성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LG는 곧바로 백기를 들었다. 장원삼은 2013년 11월 15일 삼성과 4년 총액 60억원에 계약했다.
2014년 겨울, LG는 다시 한 번 시장을 응시했다. FA 장원준을 잡기 위해 장원삼 계약 이상의 금액을 준비했다. 그러나 FA 시장은 LG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폭등했다. 장원준은 두산과 4년 총액 84억원에 사인했다. LG는 장원준과 제대로 된 협상테이블 조차 차리지 못한 채 빈 손으로 시장을 떠났다. 한 LG 베테랑 선수는 장원준의 두산행이 확정된 순간, “우리도 우승 한 번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다른 베테랑 선수는 “솔직히 우리 팀 전력은 중위권 정도라고 본다. 장원준을 영입했다면 모르겠지만...”이라며 아쉬워했다.
▲ ‘미스터리 맨’ 한나한...최승준·양석환이 중요하다
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잭 한나한은 여전히 물음표다. 스프링캠프 도중 종아리 근육통으로 인해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겼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LG 코칭스태프조차 한나한이 전력으로 타격하고 수비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복귀 시점도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이천에서 페이스를 올리고는 있으나, 4월 복귀조차 장담할 수 없다.
이에 양상문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정성훈을 1년 만에 3루수로 복귀시키고, 최승준을 1루수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둘에게 내야 양 코너를 맡겼다.
준비는 잘 됐다. 정성훈은 의심할 필요 없는 리그 최고 내야수이자 LG 최고 우타자다. 지난해 수비력 저하로 1루수를 맡았지만, 3루수로서 감각은 여전하다. 시범경기서도 안정된 3루 수비를 펼쳤다.
변수는 최승준이다. 최승준은 향상된 선구안을 시범경기에서 증명했다. 자신 만의 스트라이크존을 만들어가고 있다. 1루 수비도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풀타임으로 1군 무대를 소화한 경험이 없다. 체력적 부담과 상대의 예리한 전력분석을 극복해야 생존할 수 있다.
 
2년차 내야수 양석환은 히든카드다. 시범경기 기간 2군에서 합류, 깜짝 활약을 통해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했다. 지난해 2군에서 타격 재능을 인정받은 양석환은 2군 대만 캠프에서 3루 수비도 향상됐다. 당장은 백업이지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만큼, 기회는 온다. 양석환은 최근 1루 수비도 연습, 최승준과 경쟁 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2년 동안 외국인 야수 영입도 FA와 비슷했다. 2013년 겨울 조쉬벨을 영입하기에 앞서 조쉬벨보다 스펙이 화려한 선수들을 만났지만,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겨울에는 kt 앤디 마르테와 협상 테이블만 차리는 수준에서 그쳤다. 그래도 2013시즌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통 큰 투자를 했다. 메이저리그서 최정상급 수비력을 뽐낸 한나한을 100만 달러에 영입, 철통 내야진을 구축하는 듯했다.
벌써 한나한의 성패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출발은 삐걱거리지만, 반전의 기회는 있다. 최승준과 양석환이 모두를 놀라게 한다면, 한나한의 복귀도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 해내면, LG는 부정적인 ‘IF'를 모두 지워버릴 것이다. "무리해서라도 장원삼을, 혹은 장원준을 영입했다면? 조쉬벨·한나한이 아닌 다른 외국인 내야수를 선택했다면?"과 같은 물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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