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두산 야구’, 한판으로 다 보여줬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3.29 06: 05

“두산 베어스의 팀 컬러를 되살리겠다”
지난해 10월 두산 베어스에 부임한 김태형 감독이 가장 먼저 꺼낸 약속이었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김 감독은 사령탑에 앉음과 동시에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해 나갔다. 지난해 6위로 주저앉았던 팀은 빠르게 재건되기 시작했다.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를 하겠다고 한 김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가짐부터 바꾸겠다는 다짐을 우선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밖(SK)에서 봤을 때 경기 중반 뒤지면 포기하는 모습들이 있었다. 그런 부분부터 없애겠다”고 강하게 말했고, ‘허슬두’ 정신을 되살려 ‘화수분 야구’를 재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두산 특유의 근성과 허슬 플레이, 감독의 믿음을 통한 신예 발굴,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야 이룰 수 있는 상위권 도약을 모두 공약으로 내건 것이었다.

개막전이었던 28일 잠실 NC전에서 4회초까지 0-4로 뒤질 때만 해도 달라진 면을 쉽게 찾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4회말부터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다. 3점을 얻은 두산은 5회말과 6회말 각각 김현수와 김재환의 솔로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9-4까지 달아난 뒤 리드를 지켜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허슬두’, ‘화수분’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고, 상위권 도약의 희망도 발견했다.
‘허슬두’ 정신은 경기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나왔다. 2회말 2사에 오재원은 우전안타로 팀의 첫 출루를 만들어냈을 때 주먹을 쥐며 포효했는데,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바꿔보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4점을 뒤집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두산은 그걸 해냈고, 역전한 뒤에도 마치 뒤지고 있는 팀처럼 NC를 압박했다.
그런 장면들은 계속해서 연출됐다. 4-4가 된 5회말 1사에 좌전안타로 나간 홍성흔은 우연찮게 팀의 시즌 첫 도루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임정호가 1루에 견제하지 않고 홈으로 공을 던질 것이라는 의사를 간파한 홍성흔은 2루로 뛰었고, 마침 공이 몸쪽 깊은 곳에 들어와 포수 김태군은 2루에 제대로 공을 던지기도 힘들었다. 한 베이스 전진을 위해 발이 느린 베테랑 홍성흔이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준 점은 고무적이었다.
또한 6회말 외야 깊은 곳으로 타구를 날린 정수빈은 합의판정까지 거친 끝에 3루에 안착했다. 김 감독이 부임 이후 끊임없이 강조했던 과감한 플레이, 한 베이스 더 가는 베이스러닝이 실현된 장면이었다. 5-4에서 7-4로 달아나는 한 방이었지만 정수빈이 2루에 만족하지 않고 3루까지 간 부분이 김 감독을 뿌듯하게 했을 것이다.
화수분의 싹도 텄다. 7회초 NC 좌타자들을 잡기 위해 나온 함덕주는 선두 이종욱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나성범과 에릭 테임즈를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얻어냈다. 검증된 오현택은 이종욱의 도루를 막아 7회를 끝냈고, 김강률도 공 14개로 1이닝 1볼넷 무실점해 1316일 만에 홀드를 따냈다. 새 마무리 윤명준은 세이브 상황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무난한 피칭을 했다. 김재환은 결승 솔로홈런으로 개막전부터 히트상품이 됐다.
전지훈련 기간 내내, 그리고 그 전후로 김 감독은 항상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를 보여드리겠다.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란 성적이 나는 야구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개막전을 통해 김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은 증명됐다. 포기하지 않는 팀 컬러 회복,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이뤄질 화수분의 가능성, 성적 향상의 희망을 두루 볼 수 있었던 개막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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