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약점?’ 이명기, 호수비로 대답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3.30 10: 08

타격 재능은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항상 수비에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랬던 이명기(28, SK)가 달라졌다. 수비로 팀을 살려내며 자신을 둘러쌌던 부정적인 물음표를 조금씩 지워내고 있다.
이명기는 2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1번 좌익수로 출장해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개막전에서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던 이명기는 5회 차우찬으로부터 중전 2루타를 터뜨리며 올 시즌 마수걸이 안타를 신고했다. 단타성 타구였지만 빠른 발로 2루까지 파고든 것은 5회 추가 득점의 시발점이 됐다. 그런데 이 안타보다 더 주목받은 것은 역시 수비였다.
6-1로 앞서던 SK는 5회 위기를 맞았다. 선발 윤희상이 5회 들어 연속 세 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1사 후에도 박한이에게 안타를 맞은 뒤 교체됐다. 채병룡이 마운드에 올랐는데 1사 만루 상황에서 수비 하나가 팀을 살렸다. 최형우의 타구가 좌중간 깊숙이 날아갔는데 이명기가 집중력을 유지하며 이를 잡아낸 것. 이는 박석민의 ‘오버런’까지 겹치는 행운으로 이어졌고 결국 삼성은 더 이상 점수를 내지 못했다.

좌중간 타구라 중견수 조동화, 좌익수 이명기가 모두 볼을 쫓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조동화가 순간적으로 타구를 놓치며 위기가 발생했다. 그러나 낙구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끈질기게 따라간 이명기가 이를 걷어냈고 빠지는 것으로 봤던 박석민의 오버런으로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두 개가 올라갔다. 최형우라 수비를 뒤쪽으로 물린 상황이기는 했지만 적잖은 거리를 따라가 침착하게 공을 잡아낸 모습은 지난해 수비 불안감과 완전히 달라진 것이었다.
6-3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7회에도 호수비가 나왔다. 나바로의 안타로 루상에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박석민이 좌익수 뒤로 큰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이명기가 이를 펜스에 부딪히면서 극적으로 건져내는 바람에 삼성은 추가 득점 기회를 날렸다. 상대의 추격 의지를 깨는 호수비였다. 발목이 펜스에 부딪혀 통증이 있을 법했지만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이명기의 표정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혹독한 연습의 효과가 보인다는 평가다. 지난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이명기는 “수비 훈련만 했다”라고 자신했을 정도로 많은 연습량을 가져갔다. 조원우 코치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이명기의 훈련을 도왔다. 전지훈련에서도 수비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 결과 많은 것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수비가 많이 나아졌다. 보장할 수 있다”라고 했다. 조 코치는 “타구 판단 훈련을 많이 했다. 앞으로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거들었다.
호수비 두 번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안정감이 생긴 것은 확실하다. 이날 이명기는 총 6개의 뜬공 타구를 처리했다. 대부분 날카로운 타구였는데 낙구 지점을 파악하고 빠른 발을 이용해 미리 자리에 가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SK는 이미 중앙과 우측에는 좋은 수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명기가 지키는 왼쪽까지 안정감을 찾을 경우 외야 그물망은 더 촘촘해진다. 이명기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길임도 물론이다. 이명기는 "연습한 것이 억울해서라도 좋아져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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