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봉’ LG 한나한, 어디서 뭐하고 있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3.30 09: 00

LG 트윈스의 시작이 좋지 않다. 예상치 못했던 4번 타자 이탈까지 겹치면서 ‘플랜B’가 휘청거리고 있다. 개막 2연전 모두 패배, LG 선수단은 무거운 마음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패인은 장타력의 차이였다. LG는 2경기서 안타 23개를, KIA는 17개를 기록했다. 그런데 LG는 홈런이 전무했고, KIA는 홈런 4개를 터뜨렸다. KIA는 한 방으로 경기를 풀어갔고, LG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LG는 외국인타자 브렛 필에게 완전히 당했다. 필은 지난 29일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서 홈런 두 개 포함 4타수 2안타 5타점으로 괴력을 발휘했다. 9회말 봉중근을 상대로 끝내기 투런포를 날리며 LG에 쉽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필은 수비서도 맹활약하며 LG의 득점 찬스를 무산시켰다.
외국인타자의 활약은 다른 팀도 마찬가지였다. 개막 2연전 동안 필 외에도 삼성 나바로, SK 브라운, 롯데 아두치 등이 홈런포를 가동했다. 지난해 LG 유니폼을 입었던 넥센 스나이더도 29일 목동 한화전에서 침묵에서 벗어나는 2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개막전에 앞서 극적으로 1군에 합류한 한화 모건은 시작부터 4안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렇게 대부분의 팀들이 외국인타자의 활약에 활짝 웃은 반면, LG는 외국인타자 없이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지난겨울 100만 달러를 들여 야심차게 잭 한나한을 영입했으나, 한나한은 주말 동안 광주가 아닌 이천에 있었다. 종아리 통증으로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한 달 째 재활 중이다. 
그러면서 한나한을 향한 물음표도 커지고 있다. 한나한은 지난 3월 2일 선수단보다 먼저 스프링캠프에서 귀국한 후, 단 한 차례도 1군에 합류하지 않았다. 오직 이천에서만 한나한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한나한은 최정우 재활총괄 코치로부터 일대일 지도를 받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실전투입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LG 구단 고위 관계자는 지난 27일 “한나한이 훈련 강도를 많이 높였다. 곧 2군 연습경기에 투입될 예정이다”며 “연습경기를 이상 없이 치르면 1군 투입 시기가 결정될 듯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지난 23일 한나한의 가족들이 한국에 입국했다. 이전까지 한나한은 이천에서 숙박하며 재활했는데, 가족들이 오고 나서는 출퇴근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다. 어떻게 분위기를 감지한지는 모르겠는데, 시즌이 시작하는 만큼, 꽤나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최승준과 양석환이 시즌 초반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한나한의 투입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경력만 놓고 보면, 한나한은 10명의 외국인 타자 중 가장 위에 있다. 2006시즌부터 9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614경기를 뛰었고, 4시즌은 주전 3루수로 활약했다. 타격에서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골드글러브급 수비로 내야진에 안정을 가져오곤 했다. LG 구단은 빅리그 투수와 KBO리그 투수의 차이를 감안, 한나한이 공수에서 맹활약할 것이라 바라봤다.
양상문 감독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서 한나한의 타격을 보고 “비디오로 봤던 것보다 타격이 훨씬 좋다. 스윙이 마치 병규(7번)처럼 간결하다. 어쩌면 병규보다도 더 간결할 수도 있다. 선수들도 보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주장 이진영도 “한나한이 20홈런을 치는 타자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타석에서 우리 팀 베테랑 선수들과 비슷한 활약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나한이 돌아올 경우, LG는 보다 짜임새 있는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 정성훈을 비롯한 베테랑 타자를 지명타자로 기용하며 체력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상대 투수에 따른 맞춤형 라인업도 가능하다. 홈런타자가 아니더라도, 3할 타율·60타점 이상만 올려준다면, LG에 큰 힘이 된다.
LG는 지난해에도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약 50만 달러를 들여 조쉬벨를 영입했지만, 조쉬벨은 타 구단 100만 달러 외국인타자보다 많이 부족했다. 결국 7월 짐을 싸고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대체 외국인타자 스나이더도 부상으로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도 스나이더는 포스트시즌서 대폭발, 재계약 확률을 높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LG는 팀 구성상 내야수가 절실했고, 한나한을 선택했다.
LG 구단은 2013년 겨울 조쉬벨 영입에 앞서 필과 만났다. KIA와 영입경쟁을 펼쳤는데, 계약조건에서 차이가 컸고, 필은 KIA의 손을 잡았다. 2014년 겨울도 비슷했다. LG 구단은 현재 kt 유니폼을 입고 있는 3루수 앤디 마르테 영입을 염두에 뒀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계약조건에서 kt에 밀렸다. 그리고 마르테는 롯데와 개막 2연전에서 각각 3타수 2안타 1볼넷·5타수 2안타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외국인타자 중 유일하게 ‘미개봉’ 상태인 한나한이 기다림에 보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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