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 처럼 찾아온 KIA 3인의 스토리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3.31 13: 00

기다린 봄이 왔다. KIA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의 2015시즌 개막 2연전을 쓸어담고 가뿐한 기분으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KIA는 역대로 개막전 징크스가 생길 정도로 출발에 약했다. 개막 2연승은 지난 2003년 김성한 감독 시절 이후 처음이다. KIA에게는 의미 있는 개막 연승이었다. 그 2연승의 내막에는 인내의 스토리가 자리하고 있다. 나란히 승리를 이끈 포수 이성우, 2루수 최용규, 외야수 김다원. 이들에게 지난 시간은 인내 그 자체였다. 겨울을 지나고 피어난 개나리꽃 처럼 이들은 KIA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
▲이성우…16년만의 첫 개막마스크
주전포수 마스크를 썼던 이성우는 SK 신고선수출신이다. 2008년 이적해 39경기에 뛰었지만 제대로 활약을 펼쳐본 적이 없었다. 김상훈과 차일목에게 자리를 내주고 2군에서 생활을 했다. 어깨 등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상훈과 차일목이 부진한 작년에 비로소 63경기에 뛰면서 존재감을 알렸다. 그런 이성우가 데뷔 16년만에 처음으로 개막전에 뛰었고 선발 마스크를 썼다. 두 경기에서 투수들을 잘 리드하는 등 안정감을 과시했다. 2차전에서는 도루 3개를 내주면서도 6회 4실점후 정성훈의 도루를 저지하며 LG의 추가득점 기회를 봉쇄했다. 최희섭의 추격의 솔로포, 필의 끝내기 투런포가 이어졌다.

김기태 감독은 "두 경기에서 이성우가 참 잘해주었다"고 칭찬했다. 이성우의 변신은 예고되었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돗토리 캠프부터 몸을 만들기 시작해 날렵하고 탄탄한 체격을 만들었다. 예전과는 몰라보게 몸이 달라져 있었다. 김상훈의 은퇴, 차일목은 FA를 선언한 터라 잘하면 주전 포수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이 그를 움직였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던 이성우는 입단 이후 가장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생글생글 웃고 목소리에 힘이 실려있었다. 이때부터 개막 주전의 희망을 느꼈던 것이다.
▲최용규…이런 날도 오는가
최용규에게 개막 2연전은 뜻깊었을 것이다. 그는 2008년 입단해 벌써 8년차 선수이다. 그의 작년까지 1군 통산 93경기에서 뛰었다. 연평균 15경기 정도. 2011년부터 4년 동안 1군 무대는 밟지도 못했고 경찰청이나 상무에 들어갈 수도 없어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1군 그라운드에 뛰지 못하고 옷을 벗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지만 그 세월을 그냥 버텼다. 군에서 복귀했지만 기다린 곳은 2군이었다. 야구를 포기할 시점. 그러나 안치홍이 입대하는 바람에 2루가 텅 비었다. 나이 서른에 휴가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해 이를 악물었다. 그때 그는 고졸 신인이나 다름 없었다.
타격과 수비는 미지수라는 주변의 시각과도 싸워야 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만이 그를 믿고 밀어주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5개월간 독종의 야구를 했다. 최병연, 황대인 등 후보들과 치열한 경쟁 끝에 개막전 2루수로 출전했다. 8년만의 첫 기쁨이었지만 2만2000명이 운집한 개막전 챔스필드 그라운드에 나갈때 가슴은 쿵쾅거렸다. 그러나 5개월의 독기가 그를 지켰다. 2루수로 실책없이 3개의 병살플레이를 펼쳤고 7회에는 결정적 1타점 3루타를 날렸다.  2차전에서는 2번으로 격상해 희생번트를 성공시키고 볼넷을 얻어 1득점했다. "참고 견디면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는 인생의 격언이 생각났다.
 
▲김다원…신고선수의 카리스마
KBO 홈페이지에서 선수검색을 하면 김다원의 입단 계약금은 없다. 그는 2008년 한화의 신고선수였다. 괴력의 힘은 있지만 단점이 많은 타자였다. 2010년 장성호가 한화로 이적할 때 고향팀 유니폼을 입었다. 조범현 감독이 키워보려고 1군에 데리고 있었다. 45경기에 출전했지만 2홈런에 타율은 1할4푼3리. 2011년에는 데뷔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넣었으나 19경기에 뛰고 경찰청에 입대했다. 복귀하자 세대교체를 이루려는 선동렬 감독의 발탁을 받아 89경기에 뛰었다. 5홈런에 타율 2할7푼. 얼핏 주전에 대한 희망도 생겼다.
작년 마무리 캠프에서 김기태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를 만나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변화구 대응력이 커지고 밀어치기도 능해졌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캠프에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올해는 두 자리 홈런을 칠게요"라며 조용히 자신의 목표를 말하더니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진입했다.  개막 1차전은 벤치를 지켰지만 2차전에서는 김주찬이 부상으로 빠지고 왼손 임지섭이 등장하자 7번 타자로 선발출전했다. 3타석 2타수 2안타 1사구. 출루율 100%를 기록하며 1득점까지 올렸다. 그의 임무는 백업. 그러나 팀내 외야 상황이 더욱 많은 선발출전 기회가 생길 듯 하다. 그에게도 봄이 왔다.  
개나리꽃은 진다. 다만, 이들에게 찾아온 봄이 겨울처럼 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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