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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쎈 초점]박명수도 ‘썸’타는 요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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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유진 기자] 연애 버라이어티의 인기는 오랫동안 질기게 이어져왔다. 최근 ‘천생연분 리턴즈’라는 이름을 달고 돌아온 MBC ‘천생연분’을 시작으로 과거 KBS 2TV ‘산장미팅-장미의 전쟁’, SBS ‘짝’이 남녀의 연애를 다룬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얻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를 이어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종종 불거지는 진정성 논란에도 불구, 매주 화제를 모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예능 프로그램 속 ‘연애’는 자연스럽게 변화를 겪어왔다. 가장 큰 것은 역시 포맷의 변화. 과거의 연애 버라이어티가 ‘사랑의 스튜디오’ 같은, 상대를 ‘찍어’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형식이었다면, 관찰 예능프로그램이 인기인 요즘 프로그램들은 자연스러운 관계들 속에 이뤄지는 ‘썸’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연애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어울림 속에 ‘썸’타는 남녀의 이야기를 하나의 양념처럼 사용해 그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되는 ‘리얼’함을 강조한다.

‘썸’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의 예가 tvN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의 두 짐꾼 이서진-최지우다. ‘삼시세끼’의 출연자로 만나 묘한 기류를 형성했던 두 사람은 최지우가 ‘꽃보다 할배’의 여동생 짐꾼으로 합류하면서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삼시세끼’ 출연 당시 ‘투덜이’ 이서진은 여성스럽고 똑 부러진 최지우에게 호감을 드러냈고, 이는 깊이 파인 보조개로 표현돼 웃음을 주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관계는 ‘꽃보다 할배’에서도 이어지고 있고, 이는 이미 네 번째 여행을 떠난 ‘꽃보다 할배’ H4의 여행길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어느새 ‘썸’은 웬만한 관찰 예능프로그램이라면 한번 씩은 등장하는 필수 요소가 돼 버렸다. 육아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귀여운 꼬마 출연자들이 ‘뽀뽀’를 하고, “좋아한다”고 관심을 표현해 러브라인을 만든다. 세간의 시선 때문에 공개 연애를 즐길 수 없었던 여성 연예인들은 해외에 가서 일주일간 외국 남성과 보기 좋은 ‘썸’을 이룬다. 연예인들이 모이는 프로그램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크고 작은 ‘썸’을 관찰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 때문인지 ‘썸남썸녀’라는 이름의 프로그램도 생겼다. 심지어 연애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유부남 개그맨도 역할극으로 ‘썸’을 그려낸다.

개그맨 박명수는 KBS 2TV 예능프로그램 ‘용감한 가족’에서 배우 박주미와 가상 부부 설정을 해 웃음을 주고 있다. “아내가 싫어한다”며 갑작스런 부부 설정에 당혹스러워했던 박명수는 박주미가 들어오는 순간 급하게 번진 미소로 ‘리얼’한 반응을 선보였고, 한동안 이 유부녀 유부남의 엉뚱한 커플 상황극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슈 몰이를 했다.

이처럼 ‘썸’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역시나 ‘러브라인’을 좋아하는 한국 시청자들의 취향 덕분이다. ‘회사에서도, 병원에서도, 경찰서에서도 연애를 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국 시청자들은 다른 어떤 소재보다 유독 ‘연애’를 선호한다. 이 흐름을 이어 연애의 전 단계(?)라고 여겨지는, 가벼운 ‘썸’은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진정성 논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예능 프로그램에 적합하다. 실제의 연애나 결혼에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질척한 갈등 대신 ‘썸’은 막 시작하는 연인의 설렘만을 그려 깔끔하다.

한편으로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대, ‘썸’이 유행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함을 주는 게 사실이다. 연애도 결혼도 아닌 그저 스쳐 지나갈지 모르는 ‘썸’이다. ‘어렵다, 어렵다’는 말이 더 쌓여갈수록 달달한 ‘썸’의 영역은 더 확대돼 간다.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은 어쩌면 연예인들의 ‘썸’을 통해 느끼는 대리만족을 위안 삼으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eujenej@osen.co.kr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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