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P 0.98' 이재우, 소리 없이 강한 승리 메신저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4.19 06: 01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 맞나?”
이재우(35, 두산 베어스)는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팀이 치른 16경기 중 8경기에 등판해 홀드를 3개 올리기는 했지만 1패를 안았고, 평균자책점도 3.38로 특급이라고 할 수는 없는 성적이다. 구속이나 위압감 모두 전성기와는 같을 수가 없다.
하지만 기록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재우가 특급 셋업맨 부럽지 않은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안타율이 1할9푼1리로 낮고, WHIP도 0.98로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이다. 또한 13⅓이닝 동안 탈삼진을 무려 19개나 잡아냈다. 이재우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상대는 진루타를 치기조차 쉽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피칭이 팀의 4연승 과정에도 녹아들어 있다.

지난 18일 잠실 롯데전에서 이재우는 팀이 1-5로 뒤지던 6회초 1사 3루에 이현호 대신 마운드에 올랐다. 타구가 페어지역 안으로만 들어오면 실점 가능성이 높기에 추가점을 주지 않으려면 삼진이 필요한 상황. 이재우는 황재균을 볼카운트 2S로 몰아붙인 뒤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고, 후속타자 최준석도 3B-2S에서 슬라이더에 헛스윙해 이닝이 끝났다. 7회초에도 무실점이 이어졌고, 이는 9회말 대역전극의 밑거름이 됐다.
이재우는 첫 타자 황재균 타석을 돌아보며 “2S 이전까지는 (양)의지가 원하는 코스로 잘 들어갔다. 마지막 공은 몸쪽 위로 빼라고 했는데 공이 찍혀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것 같다.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준석과의 승부에 대해서는 “3B-2S라 치라는 생각으로 가운데에 넣었다”고 덧붙였다.
1점만 주면 경기가 완전히 기울어질 수 있는 분위기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 것에 스스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독님이 생각하신 대로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 추가실점이 나오지 않아 야수들도 집중하지 않았나 싶다. 내 할 일을 했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이재우는 담담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군에서 37⅔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던 그는 벌써 전 시즌 책임진 이닝의 ⅓을 넘어섰다. 그래도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기쁜 마음이 앞선다. 이재우는 “수술을 했던 투수라 연투를 하면 힘든 면은 있지만 많이 던져도 이틀을 쉬면 부담이 없다. 20대 때보다 더 많이 던지고 있어 행복하다”며 마운드에 자주 오르는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나도 잘 되고 팀도 잘 되고 있어서 좋다. 혼자 잘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이재우는 “잘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큰 욕심은 없다. 아프지 않고 꾸준히 던졌으면 좋겠다”는 말로 소박한 목표도 제시했다.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자비를 들여 봉중근, 신재웅(이상 LG)과 함께 일본 돗토리로 개인훈련을 떠날 때부터 변하지 않았던 목표다.
자신을 믿어준 김태형 감독에게 보답하겠다는 마음도 잊지 않고 있다. 이재우는 “감독님이 캠프 때부터 선발은 꿈꾸지 말고 1이닝씩만 잘 막아달라고 하셨는데 시범경기에서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 그래도 다른 불펜 투수들이 힘들 때 조금이라도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말을 이었다. 앞으로 잘 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두산 벤치는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내고 싶을 때 이재우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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