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철-임정우, 김용희의 추억과 성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19 07: 20

“참 열심히 했던 선수다. 저런 선수가 빛을 보니 참 다행이다”
18일 인천 SK-LG전이 열리기 전 최경철(35, LG)은 타격 연습을 하다 잠시 짬을 내 1루 덕아웃에 앉아 있던 김용희 SK 감독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에 김용희 감독도 환한 미소로 최경철을 맞이했다. 둘 사이에는 인연이 있다. 김용희 감독이 SK 퓨처스팀(2군) 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 최경철과 함께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최경철은 2004년 SK에서 1군 무대에 데뷔한 이후 팀의 두꺼운 포수진에서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2010년에는 1군 1경기, 2011년에는 20경기에 뛰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당시의 최경철에 대한 질문에 “참 열심히 했던 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경철은 2012년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으로 이적해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고 2013년에는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어 지금은 주전 포수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17경기에 출전해 LG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전력으로 발돋움했다. 올해도 부동의 주전포수다.

공교롭게도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임정우(24) 또한 친정은 SK다. 임정우는 2011년 신인지명회의에서 SK의 4라운드 전체 26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1년 만에 LG로 이적했다. SK는 공격력 강화를 위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포수 조인성을 영입했고 LG는 그 보상선수로 당시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임정우를 지목했다. 가능성을 높게 산 장기적인 베팅이었다.
김 감독은 “당시도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임정우를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주전 선수들을 묶다보니 아직 보여준 것이 없는 임정우는 그 바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두 선수는 이제 LG 유니폼을 입고 김용희 감독의 SK와 마주했다. 그리고 좋은 호흡을 선보이며 SK 타선을 묶었다. 2·3회에는 모두 선두타자를 내보내고도 실점하지 않았다. 임정우는 힘찬 공을 던지며 패기로 버텼고 최경철은 임정우의 장기인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적절하게 주문하며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2회에는 이재원이 높은 포크볼에 당했고 3회에는 정상호가 연속 슬라이더 4개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기도 했다. 최경철의 수싸움이 통했고 임정우는 그 요구대로 착실히 공을 던졌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위기상황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있었던 임정우는 이날 2회부터 5회까지 모두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다. 위기는 적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한결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량실점을 하지는 않았다. 4회에는 이재원과의 승부가 아쉬웠고 5회에는 2사 2루에서 박재상의 땅볼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로 튀며 1루수 문선재를 넘긴 것이었다. 임정우를 탓할 부분은 아니었다. 최경철도 5회 실점 이후 임정우를 찾아 격려의 말을 건넸다. 임정우도 최정을 루킹 삼진 처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비록 임정우는 불펜 난조로 승리를 날렸고 최경철도 승리 포수의 영광을 안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용희 감독의 추억대로, 몇 년전까지만 해도 노력과 재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아 안타까움을 샀던 두 선수는 새로운 야구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미 확실히 자리를 잡은 최경철은 물론, 임정우 또한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에서 호투하며 LG의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두 선수의 진정한 야구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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