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신데렐라 최주환, 루츠가 두렵지 않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4.21 06: 10

10년차 최주환(27, 두산 베어스)은 지난 18일 잠실 롯데전 역전 끝내기 3점홈런 한 방을 통해 유망주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3루수인 잭 루츠가 돌아온다 해도 자리를 내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김태형 감독의 신임도 깊다.
아직 4월도 채 지나지 않아 15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지만 타율 2할8푼9리, 1홈런 9타점의 준수한 성적은 하위타선에 위치하는 선수에게 어울리는 기록은 아니다. 늘 가능성을 인정받던 최주환도 어느덧 프로에서 10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82경기가 한 시즌 최다 출장 기록인데, 올해는 벤치의 믿음 속에 100경기 이상 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나고 있다.
인고의 시간과 마음의 상처는 성장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2013년에 수비를 못나가고 대타로만 나가면서 해볼 만하면 퓨처스리그로 내려가게 되어 힘들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한 것이 컸다”는 최주환은 “지난해에도 개막 엔트리에 있다가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 내전근이 파열되어 2주 쉬었다. 느낀 것이 많아 그 뒤부터 자신감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한정된 타격 기회 속에서도 타율 2할8푼, 4홈런 31타점으로 선전했던 최주환은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 3루에 외국인 선수가 들어섰을 때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캠프 때도 그랬듯 신경 쓰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경험도 많이 쌓였고, 적극성도 생겼다. 루츠가 처음 왔을 때도 실망하거나 좌절한 건 없었다”는 것이 최주환의 설명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타격 재능에 타고난 성실성까지 갖춰 방망이 걱정은 없다. 현역 시절 최주환과 함께 두산에서 생활했던 타 팀의 한 코치도 “아마 주환이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팀은 아니지만 꼭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선수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반면 수비는 타격에 비해 줄곧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최주환은 “원래 2루를 전문으로 했고, 상무에서 유격수도 봤는데 지난해부터 갑자기 3루를 보게 됐다”고 했지만, 지금은 여느 3루수 못지않은 수비를 보여준다. “수비 연습은 어릴 때 더 많이 했다. 수비를 악착같이 한다고 느는 게 아니더라. 여유 있고 편하게 해야 좋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최주환은 마음가짐의 변화도 언급했다.
이런 여유가 생긴 데는 주장 오재원의 영향도 있었다. 최주환은 “옛날에는 잘 하려는 생각만 앞서서 뻣뻣했다. (오)재원이 형이 ‘연습한 게 아깝지도 않느냐. 왜 실수를 두려워하느냐’라고 말해준 것이 도움이 됐다. 요즘 3루에 서면 형들 시프트도 보면서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는 다시 타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수비를 잘 하면 출전 기회가 늘어날 것 같아 수비에 70% 비중을 두고 공격을 30% 정도만 했다. 지금은 다시 타격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영상도 많이 보고 있다”는 최주환은 공수를 겸비한 특급 3루수로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근 타격 시 골반이 빨리 열리는 문제가 있었다고도 했지만, 본인의 말에 의하면 마음을 비운 결과 18일 마지막 타석에서는 홈런이 터져 나왔다.
좌투수에 약하다는 편견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좌투수를 상대로) 많이 안 나가다 보니까 공이 (바깥쪽으로) 멀리 도망가는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좌투수를 상대로 약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퓨처스리그에서 2000타석 가까이 치면서 통산 타율이 3할3푼 정도 되는데, 좌투수에 약했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최주환은 자주 만나면 언제든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나타냈다. 데뷔 10년차에 주전 굳히기를 노리는 최주환의 행진이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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