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시키자" 기적의 아이콘 '필' 상종가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4.24 10: 20

"귀화시킬까?".
KIA의 효자 용병 브렛 필(31)이 기적의 사나이로 통하기 시작했다.  필은 지난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즌 3차전에서 2-6으로 패색이 짙은 9회말 동점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롯데 투수 김승회의 슬라이더를 그대로 통타해 좌중간 담장을 빨랫줄처럼 넘겨버렸다. 순식간에 챔스필드를 진공 상태로 만들었고 KIA는 이홍구의 끝내기 사구까지 나오며 7-6으로 승리했다.
이날의 역전승은 KIA에게는 의미가 깊었다. 당장 9승11패의 성적표가 10승10패가 되었다. -2개가 아니라 승률 5할으로 돌변한 것이다. 아울러 개막 이후 kt 를 제외하고 3연전에서 첫 위닝시리즈를 엮었다. KIA는 4월을 5할 승률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남은 두산과 한화와의 6경기 목표 승수도 3승으로 줄어들었다.

모두 필의 활약 덕택이다. 필은 시즌들어 유일한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82타수 29안타 타율 3할5푼4리, 21타점, 5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모두 팀내 최고 기록이다. 득점권 타율은 3할9푼3리에 이른다. 최강의 중심타자라고 말할 수 있다.  주루플레이도 대단히 지능적이고 공격적이다. 수비력도 깔끔하다. 포지션도 2루에 외야수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플레이어이다.
필은 입단 이후 극적인 상황을 여러 번 연출했다. 작년 5월 4일 챔스필드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4-7로 뒤진 9회말 손승락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스리런포를 날렸고 KIA는 연장 10회 끝내기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작년 반게임차로 정규리그 우승을 못했는데 그 경기에서 진 것이 결과적으로 컸다"고 아쉬워했다.
올해는 첫 출발부터 화끈한 역전쇼를 보여주었다. 지난 3월 29일 LG와의 개막 2연전 2차전에서 4-5로 뒤진 9회말 무사 1루에서 LG 소방수 봉중근을 상대로 끝내기 역전 투런포를 날렸다. 개막 2연승을 앞세워 6연승까지 달리며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기적의 사나이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다.
생활도 모범적이다. 2년째를 맞으며 동료들과 스킨십이 깊어졌다. 동료와 직원들과도 허물없이 지낸다. 지나가면서 옆구리를 툭툭치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차분한 성격에 은근히 카리스마도 강해 메이저리그 퍼팩트 게임의 주인공 필립 험버도 동생 브렛 필을 믿고 따른다.  
특히 작년 가을 자신의 첫 아이를 미국이 아닌 광주에서 출산하면서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출산 과정에서 구단 여직원들이 '필 출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기 때문이었다. 음주도 한국형이다. 타격이 안 풀리면 집 근처의 선술집을 찾아 '소폭(소주+맥주)'을 말아먹는 습관도 있다. 소폭이 들어가면 어김없이 다음날에는 터지는 징크스 때문이었다. 
이제는 한글까지 읽을 줄 안다. 필이 작년부터 2년 째 높은 활약도를 보이자  KIA의 역대 외국인 타자 가운데 성적과 태도에서 최고의 타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얼마나 좋은지 "필을 귀화시켜 영원히 주저 앉히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이다. 행복 바이러스를 주는 필 때문에 KIA가 살고 있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