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투' 송신영, 벼랑 끝 노장의 부활 찬가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04.26 06: 25

지난 3월 말 시즌이 개막할 때까지만 해도 "벼랑 끝"에 서 있던 이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 우완 베테랑 송신영(39)은 지난해 말 부진을 겪으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은퇴를 권하기도 했고 이번 개막 엔트리에서도 제외되면서 스스로의 입지가 좁아짐을 느꼈다. 송신영의 말을 빌리면 "벼랑 끝에 서있던 느낌"이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그에게 다른 방법으로 변신을 권유했다. 염 감독은 지난해 말 송신영에게 선발 전환을 권유했고 송신영은 2군에서부터 차근차근 선발 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2008년 이후 7년 만에 1회 마운드를 밟아본 송신영은 지난 19일 KIA전에서 6⅔이닝 1실점으로 3200일 만의 선발승을 거둔 데 이어 25일 6이닝 무실점으로 2승 째를 거뒀다.

송신영은 "처음부터 1군에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은퇴 권유도 많이 받았다.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 이렇게 선발로 나갈 수 있어 좋다. 선발 임무를 마치고 다크 서클이 생길 정도로 체력 소모가 있지만 앞으로도 주어진 역할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kt 타자들은 그의 주무기인 바깥쪽 공에 대처하기 위해 배팅 박스 안쪽에 바짝 붙었다. 그는 오히려 이를 이용해 3안타만을 허용하며 kt 타선을 요리했다. 송신영은 "2군에서는 일주일마다 등판했는데 1군에서는 5일을 쉬었다. 최상의 몸상태가 아니지만 타자들을 상대할 줄 아는 베테랑의 힘이라는 게 이럴 때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평했다.
그의 뒤에서 그의 피칭을 지켜보는 후배들도 그를 힘내게 한다. 송신영은 "지금 1군에서 내가 가장 고참이다. 내가 못 던지면 후배들 앞에서 얼마나 창피하겠나. 창피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며 베테랑 선발투수로서의 마음가짐을 밝혔다.
염 감독은 지난 겨울 송신영을 불러 "네가 윤성환보다 못할 게 뭐 있냐"고 힘을 줬다. 당시 송신영은 "저에게도 롤 모델인 윤성환과 비교해주셔서 힘이 됐다"고 한 바 있다. 송신영은 이날 마지막으로 "이번 두 경기 만큼은 윤성환의 역할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자신을 믿어준 감독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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