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정범모, 시련 딛고 일어선 '한화 드라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4.26 10: 00

비온 뒤에는 땅이 굳어 있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선 한화 투수 이동걸(32)과 포수 정범모(28)가 승리의 배터리로 떠올랐다. 
한화는 지난 25일 대전 SK전에서 김경언의 역전 끝내기 안타로 7-6 드라마 같은 승리를 따냈다. 스포트라이트는 김경언에게 향했지만 이날 승리에 빼놓아서는 안 될 숨은 공신이 있었다. 바로 이동걸과 정범모였다. 이동걸은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고, 정범모는 멀티히트에 2차례 도루 저지로 승리에 공헌했다. 
이동걸은 2-4로 뒤진 7회 1사 만루 위기에서 구원등판했지만 흔들림 없이 실점을 최소화했다. 9회까지 2⅔이닝 3피안타 1볼넷 1사구 1실점으로 역투했다. 연일 투혼을 던지고 있는 권혁이 9회 등판을 자청했지만, 김성근 감독은 이동걸에게 끝까지 마운드를 맡겼다. 9회 1점을 내줬지만 대량실점은 없었다.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과 함께 이동걸도 프로 데뷔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지난 2007년 삼성에서 데뷔한 이후 9년-25경기 만에 따낸 첫 승이었다. 그동안 주로 2군에만 머문 무명의 투수였던 그는 2013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고, 지난해 후반기부터 가능성을 보여주며 1군의 꿈을 키워왔다. 
이동걸의 첫 승은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빈볼을 던지고 퇴장당한 데 이어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거둔 것이라서 의미가 남다르다. 김성근 감독은 그를 2군으로 보내지 않으며 징계기간에도 1군과 함께 했다. 엔트리에 투수 1명 손해를 감수하며 그에게 기회를 줬고, 이동걸도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보란 듯 역투했다. 김성근 감독도 "이동걸이 나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고비 고비를 잘 막아냈다"고 칭찬했다. 
이동걸 못지않게 마음고생이 심했던 포수 정범모도 모처럼 웃었다. 그는 지난 21일 잠실 LG전에 본헤드 플레이를 범하는 등 시리즈 내내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팬들의 원성을 샀다. 심리적으로 위축될 법도 했지만 24~25일 SK와 대전 홈경기에선 온몸을 날리며 집중력 있는 블로킹을 선보였다. 특히 25일 경기에서는 2안타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데다 2차례 도루 저지까지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김성근 감독은 정범모에게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정범모가 포수로서 투수 리드를 잘해주고 있다. 기를 살려주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잘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며 "정범모는 앞으로 점점 올라올 것이다. 폭투가 많은 것도 투수들이 원바운드로 던져서 그런 것이다. 기대치가 올라가면서 자기 나름대로 새로운 고민이 생긴 듯하다. 크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격려했다. 
뜻하지 않은 사건과 부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시련을 극복한 두 선수에게는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시련은 잠깐 스쳐가는 바람과 같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대전구장을 떠나지 않고 출입구에서 선수들을 기다린 한화 팬들은 이동걸과 정범모에게 그 누구보다 큰 환호로 격려하며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비온 뒤 굳어진 땅처럼 그들은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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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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