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는 무덤? 핫코너 외인의 부상 악령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4.26 08: 21

외국인 선수들에게 KBO 리그의 3루는 부상 악령이 도사리는 곳일까. 공교롭게도 팀의 주전 3루수로 내정됐던 선수들이 부상에 고전하고 있다. 잭 한나한(35, LG)에 이어 잭 루츠(29, 두산), 그리고 앤디 마르테(32, kt)가 모두 1군 엔트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kt는 24일 수원 넥센전을 앞두고 마르테의 1군 말소 소식을 알렸다. 마르테는 23일 수원 SK전에서 좌익수 뒤 2루타를 치고 1루를 돌아 2루로 뛰던 중 옆구리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24일 오전 정밀검진 결과 1~2주 정도는 쉬어야 한다는 판정을 받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더 심각한 부상은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었지만 가뜩이나 전력이 약한 kt로서는 한숨만 나오는 소식이다.
마르테는 올 시즌 20경기에 모두 뛰며 타율 3할1푼1리, 3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kt 선수 중에는 가장 타율이 높았다. 득점권 타율(.148)이 처진다는 아쉬움은 있었으나 그나마 kt에서 마르테만큼 쳐주는 선수도 없었다. 당장 공·수에서 마르테의 몫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kt에 없다. 백업 선수들의 양질이 좋은 다른 팀에 비해 kt의 이번 전력 이탈은 매우 결정적이다.

공교롭게도 3루수 외국인 타자들의 시련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올 시즌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들의 포지션을 구분해보면 내야수가 6명(테임즈, 나바로, 필, 한나한, 루츠, 마르테), 그리고 외야수가 4명(모건, 브라운, 아두치, 스나이더)이다. 내야수 6명 중 3명이 3루를 맡아보고 있었는데 이 선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다는 공통점이 생겼다.
마르테에 앞서 루츠도 23일 경기에 앞서 2군으로 내려갔다. 표면적인 원인은 허리 통증이다. 루츠는 올 시즌 허리 통증으로 1·2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제대로 된 활약을 못하고 있다. 8경기에서 타율이 1할1푼1리에 머물고 있고 1홈런 3타점에 그쳤다. 팀 분위기에 잘 동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한숨도 길어지고 있다.
그나마 두 선수는 개봉이라고 했다는 점에서 LG보다는 사정이 나을 수도 있다. 한나한은 전지훈련 당시 당한 종아리 부상 때문에 아직도 재활 중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5월 중에는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으나 마음이 편치 않다. 한나한이 3루 수비를 보며 6번 타순까지 들어와야 LG 타선이 완성될 수 있는 까닭이다. 아직 한국무대 적응조차 하지 못해 돌아오더라도 중반까지는 고전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3루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는 것은 공격력이 강한 타자를 핫코너에 넣으며 팀 타선의 짜임새를 극대화시키려는 전략과 맞닿아있다. 그런 기대주가 이탈했다는 것은 벤치의 고민을 깊게 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세 팀의 핫코너가 시련을 딛고 외국인 선수의 덕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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