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인간의 조건2’, ‘인간’ 잡고 ‘조건’ 놓쳤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5.03 06: 59

멤버들의 우애는 카메라를 통해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마지막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허태희의 모습은, 그간 보여줬던 멤버들의 친밀함이 가식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짧은 4개월이었지만, 매 촬영 때마다 2박3일을 휴대폰도, 돈도 없이 보낸 이들이다. 우정이 쌓이지 않으려 해야 쌓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같은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훈훈함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한편으론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사이가 좋았던 멤버들인데, 왜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던 것일까?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2'에서 마지막 주제를 마치고, 소감을 밝히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봉태규는 "이런 얘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하고, 좋은 작품을 함께 해서,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다들 고맙다"고 말했다. 허태희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친형, 친동생 같았다. 좋은 사람을 얻은 것만으로 좋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인간의 조건2’가 17회 만에 문을 닫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시청률 부진인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하락세를 이어왔다. 첫 방송의 시청률은 6.4%. 시즌1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으나 이 시청률이 계속 자체최고시청률인 채 16회를 달려왔다. 지난달 25일 방송분은 자체최저시청률이랄 수 있는 2.8%를 찍었다.
이 프로그램이 이처럼 낮은 성적을 기록한 것은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예능인이 밀집돼 있던 시즌1과 전혀 다른 그림에 불만을 표해왔다. 또 예능 초보인 배우들이 중심이 되다보니 예능으로서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하지만 비예능인과 예능인의 경계는 허물어진지 오래다. 어느 누가 나와도 새로운 캐릭터로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이다. 배우로 구성된 출연진들이 활동이 ‘밋밋’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사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인간의 조건2’가 놓친 것은 조건이었다. 사상 최악(?)의 조건이랄 수 있는 ‘오無 라이프’(자가용, 인터넷, 돈, 쓰레기, 휴대폰 없이 사는 것)를 기본으로 걸어놓고 시작했지만, 이 제약은 그날 주제에 따라 져버릴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황토집이라는, 도시와 떨어진 폐쇄적인 공간은 제약의 효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촬영을 위해 모여있는 황토집은 자가용이나 인터넷, 돈, 쓰레기, 휴대폰이 없어도 충분히 견딜만한 공간이었던 것.
‘조건’이 약하다보니 부담은 멤버들의 예능감에로만 쏠릴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예능을 해왔던 은지원, 개그맨 출신인 허태희,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 윤상현, 봉태규, 잘생긴 외모와 신선함이 있었던 현우, 김재영 등 멤버들 각각의 캐릭터에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약한 ‘조건’ 속에서 아무래도 재밌는 장면들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았다. 이는 현대인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휴대폰, 인터넷 등이 없을 때의 불편함을 일상에서,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평가와 시청률 면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받았던 지난 시즌과 비교되는 것이었다.
한편 ‘인간의 조건3’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물오른 입담을 뽐내는 윤종신을 필두로, 가수 조정치, '인간의 조건' 시즌1을 이끌던 원년멤버 정태호와 '개그콘서트'에서 큰 웃음을 선사하는 박성광, 인기 셰프 최현석, 정창욱 등이 출연한다. ‘도시에서 농부되기’를 콘셉트로 하며 오는 9일 첫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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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2'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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