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3할’ 이명기, SK 리드오프의 귀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03 10: 01

“좀처럼 잘 맞은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
SK 부동의 리드오프로 출전하고 있는 이명기(28)는 4월 중순 타격감에 대한 질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라고 털어놨다. 당시 이명기의 타율은 2할 중반에서 후반대를 오고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즌 초반임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객관적으로 아주 나쁜 성적이 아님을 고려하면 이명기의 푸념은 의외였다. 하지만 뜯어보면 다 이유가 있었다. 자기 스윙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를 테면 좌익선상으로 빠져 나가는 2루타는 결과만 놓고 보면 화려해 보인다. 하지만 이명기는 이에 대해 “만족할 수 없는 안타”라고 고개를 저었다. 타이밍이 늦었는데 운과 코스가 좋아 터진 안타라는 것이다. 이명기는 “좌중간이든 우중간이든 정타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내야안타가 많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저조한 타격감에 결국 선발에서 빠지는 날도 있었다. 김용희 감독은 "벤치에서 공부를 좀 하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슬럼프 속에 이명기의 타율은 2할5푼4리까지 떨어졌다.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타격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명기의 타율은 어느덧 3할3푼7리까지 점프했다. 올 시즌 1번 자리에서 7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에서는 민병헌(두산, .394) 이용규(한화, .338)에 이은 3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전체 타율에서도 리그 TOP 10에 입성했다.
최근 경기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안타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며 가파르게 타율을 끌어올린 덕이다. 4월 25일 한화전에서 3안타, 28일 NC전에서 3안타를 치더니 1일과 2일 KIA전에서는 연속 3안타를 쳤다. 최근 6경기 중 무려 4경기에서 3안타 경기를 했다. 물론 아직 2루타 이상의 장타 비율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 여전히 내야안타 비중이 높다는 것은 아쉽지만 어쨌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스스로 만든 셈이 됐다.
군 입대 전까지는 큰 활약을 못했던 이명기는 2013년 26경기에서 타율 3할4푼을 치며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비록 큰 발목 부상을 당해 2014년 초반까지 제대로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지난해 83경기에서 타율 3할6푼8리, 그리고 생애 첫 100안타 시즌을 만들며 SK 차세대 리드오프 자리를 굳혔다. 연속경기 안타 행진은 이명기의 이름 석 자를 KBO 리그 전체 팬들에게 각인시킨 화려한 대업이었다. 올 시즌도 김용희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 속에 23경기에 나가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명기에 대한 신임은 변함이 없다. 컨택 능력과 빠른 발을 갖췄고 이미 군 문제까지 해결돼 앞으로 쭉 성장하는 일만이 남았다. 더 대단한 것은 타격감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능력만으로도 3할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런 기초 체력에 타격감까지 살아나면 폭발력이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이명기의 방망이가 폭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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