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스크린 몰아주기엔 왜 다들 입 다물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05.04 08: 37

스크린수 1500개 이상을 유지하며 개봉 9일만에 500만을 '쓸어모은'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은 분명 독과점이 맞다.
독과점이란 경쟁 상대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있으나 마나한 상태의 경쟁 상태를 말하는 용어로, 현재의 '어벤져스2'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긴 하다. 개봉관 10개 중에 7개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멀티플렉스가 아닌 '어벤져스'플렉스라 불러도 할말은 없다.
그러나 이를 두고 '어벤져스2'나 극장들을 비판하기엔 애매하다. 이 책임이 과연 이들에게 있느냐,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요구와 관계 없이 한 상품이 유통 경로를 장악,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방해하는 게 독과점의 가장 큰 폐해이지만, '어벤져스2'는 이 흥행이 관객들의 수요와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예매율이 90%가 넘는데, 예매표를 구하기 위해 극장 사이트 서버가 마비되도록 관객이 찾고 있는데, 일부러 '어벤져스2'를 틀지 않고 다른 영화를 상영한다면 이 또한 관객들의 선택권 방해다.
'한낱' 히어로물에 왜 이토록 열광하는지는 논외로 두고, '어벤져스2'에 대한 열광이 실제 가시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이 이들 열성 관객들의 요구를 일부러 묵살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어벤져스2'를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고 하지만, 애초에 상영관 수는 제한이 돼있고 더 열성적인 소비자를 중심으로 판이 짜여지는 건 영화 뿐만 아니라 가요, 방송 모두 마찬가지다.
'어벤져스2'는 극장들이 자사 영화를 관객들에게 '억지로' 보게 하는 케이스와도 거리가 있다. CGV를 도배한 '명량'이나 '국제시장'은 그렇게 팔짱을 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벤져스2'는 배급사가 극장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도 않다. 관객들이 원하니까 더 많이 상영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명량'과 '국제시장'도 뜨거운 수요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들 영화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에서도 불티나게 팔렸다)
더욱이 '어벤져스2'는 경쟁작을 깔아뭉개지도 않았다. 경쟁작들이 '알아서 기었다'. 딱 까놓고 말해서 '차이나타운'이나 '위험한상견례2', '약장수'가 애초에 '어벤져스2'의 경쟁작은 아니었다. 관객들이 '어벤져스2' 대신 선택할만한 영화는 아니다. 완전히 '판'이 다르다.
대형 배급사 신작들은 모두 5월 뒤로 몸을 숨겼다. CJ엔터가 '악의 연대기'를 오는 14일 내놓고, 롯데엔터가 '간신'을 오는 21일 내놓는다. NEW는 오는 6월 11일이 돼야 '연평해전'을 개봉한다. 애초에 경쟁을 피했으니 독과점이 되는 건 당연지사. '어벤져스2'의 독과점을 한국 영화계가 자처한 셈이다.
그렇다고 몸을 숨긴 신작들을 비판하기도 어렵다. 수년의 노력을 쏟아부은 신작을 '깨질 게 뻔한' 시기에 내놓으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논의는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왜 '깨질 게 뻔한' 상태가 됐느냐 말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소수와 다수의 볼 권리 충돌' 문제가 아닌, 애초에 이 시리즈가 왜 이토록 열광적인 팬덤을 거느리게 됐는지를 살펴볼 시점이다. 그냥 돈을 많이 퍼부어서 그런걸까. 오로지 돈이면 이 정도 열광을 끌어낼 수 있는걸까. 한국 영화가 놓치고 있는 다른 뭔가는 없는걸까 하는 것,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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