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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작’ 루츠가 두산에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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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인식 기자] 결국 잭 루츠(29)는 떠났다. 이제 실패 사례가 남긴 교훈을 토대로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이 됐다.

두산 베어스는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루츠를 웨이버 공시했다. 볼을 고르며 투수를 괴롭히고 장타도 터뜨리는 ‘머니볼’ 타입의 타자임을 스스로 내세웠던 루츠는 자신의 재능을 펼치지 못한 채 8경기에서 타율 1할1푼1리, 1홈런 3타점이라는 초라한 기록만 남기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루츠의 실패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허리 부상이었다. 의학적으로는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었지만, 루츠는 수비 시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했다. 김태형 감독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상이라 답답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처음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을 때는 치료만 일주일 가까이 받은 뒤에야 훈련을 소화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내성적인 성격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외국인 선수 성공의 키는 바로 적응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루츠는 1군에 있을 당시 국내 선수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조용하고 소극적이었다. 1년 전 팀 분위기를 활발하게 이끌었던 호르헤 칸투와 비교되는 면이기도 했다.

새 외국인 타자를 구하러 나서게 된 두산은 루츠 사례를 통해 어떤 선수를 뽑아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무엇보다 건강, 그리고 한국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성격이 먼저다. 스프링캠프부터 팀과 함께였던 루츠와 달리 새로 합류할 외국인 타자는 곧바로 1군 경기에 투입되어 처음 만나는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따라서 시즌 전에 계약하는 외국인 타자보다 적응력이 더욱 관건이 된다. 건강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루츠를 보내며 두산은 조합보다는 선수의 파괴력이 우선이라는 깨달음도 얻었을 것이다. 3루와 1루를 모두 볼 수 있는 루츠를 영입한 두산은 시즌 초 루츠를 3루에 배치하고 김재환을 주전 1루수로 키워내려 했다. 그러나 루츠는 최주환에게 밀려 3루를 내줬고, 1루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루츠가 힘을 냈다면 내야 코너를 3루수 루츠+1루수 김재환 조합으로 만들 수도 있었고, 1루수 루츠+3루수 최주환 조합으로 구성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루츠가 아파 이도저도 되지 않았다. 여러 포지션을 두루 커버하며 벤치의 전술 활용 폭을 넓혀주는 선수도 좋지만, 그 선수가 타석에서 보여주는 파괴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실패가 일깨워준 부분이었다. 3루수 최주환이 자리를 잡은 지금 두산의 타겟은 건강하고 힘 있는 1루수로 압축된다.

외국인 선수 영입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게 되면 구단은 그 원인을 분석해 이전 선수와는 상반되는 모습을 가진 선수를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다. 루츠 케이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일본을 거치며 부상이 잦았던 선수임을 알면서도 위험을 감수했던 두산은 큰 실패를 맛봤다. 이제 멀티 포지션 능력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성격이 신중한 것은 좋지만 소심한 것은 자신을 위해서나 팀을 위해서나 좋을 것이 없다. 이것이 루츠가 두산에 남긴 교훈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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